[공예트렌드페어 장인열전] ‘소뿔의 예술’ 화각장 이재만

입력 : 2008.09.22 19:04



[OSEN=박희진 기자] 우리나라 화각장의 대가인 이재만(58)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로 지정된 인물이다. (재)한국공예문화진흥원이 올해 발간한 <한-중 공예 명인전>에 따르면 이재만 선생은 단청의 대가인 할아버지와 대목인 아버지, 자수에 뛰어난 재주를 가진 어머니의 예술성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화각이란 소뿔을 얇게 간 반투명한 판에 찬란한 색채로 그림을 그려 넣는 것으로 화려함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무당의 의상이나 민속화 같은 데서 엿볼 수 있는 원색의 강렬한 색채는 장롱 사방탁자 문갑 등의 가구와 함 경대 필통 반짇고리 등의 생활용품에 다양하게 적용됐다. 재료가 귀하고 만들기가 까다로워 주로 왕실 공예품으로 쓰인다.

할아버지가 단청의 대가였다는 사실은 이재만 선생을 화려한 색채를 부려야 하는 화각장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좋은 배경이 됐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그림을 잘 그렸고 특히 색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이 선생은 어린 시절 화롯불에 손가락을 데 세밀한 그림과 문양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예술혼으로 승화시키는 인간승리의 정신을 보여줬다.

그가 화각장의 길로 들어서는 데는 스승의 큰 도움이 있었다. 1966년 만화 그리기를 유난히 좋아하던 고교생이었던 그는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고(故) 음일천 선생을 찾아가게 된다. 당시 음일천 선생 노부부가 화각 하는 모습을 보고 단순히 “도와 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 스승과의 인연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소뿔을 갈아 화각 판을 만드는 작업은 전통적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작은 크기의 소품이라도 작업이 쉽지 않은데 이재만 선생은 12자 장롱부터 작은 소품까지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내는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

무형문화재 가운데 젊은 나이에 기능보유자로 등록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40대에 이미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그는 전통을 이으려는 젊은 예술혼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고 외국으로부터 초대되는 박람회에도 열심히 참가했다. 외국에 가면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고 우리 전통 공예품이 어떻게 발전해야 현재의 공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는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21세기의 이재만이 옛날 사람들이 만들었던 것을 그대로 본뜨기만 하고 있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현재의 시대정신을 전통의 방식으로 녹여내는 작품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문의 : 한국공예문화진흥원(http://craftfair.kcpf.or.kr) 02)733-9040 김승배 대리[219], 이경 대리[205].

jin@osen.co.kr
<사진> (재)한국공예문화진흥원이 발간한 <한-중 공예 명인전>에 실린 이재만 화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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