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음악황제' 발레리 게르기예프 시끌벅적 런던 입성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9.18 06:09

제트기를 타고 5개 대륙을 넘나들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가 러시아의 발레리 게르기예프(Gergiev·사진)다. 리허설이나 공연장에 지각하는 모습도 종종 카메라에 잡히고, 그의 비행기에 동승했던 취재진마저 인터뷰에 실패하기도 한다.

러시아의 마린스키 극장을 이끌면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도 모습을 드러내던 '러시아의 음악 황제'가 지난해 런던 입성을 발표했다. 영국 최고의 명문 악단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의 음악 감독으로 취임한 것이다.

성격 급한 지휘자는 일찌감치 승부를 걸었다. 취임 첫 시즌부터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기로 발표한 것이다. 말러 전곡 시리즈 공연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최근, 그 첫 번째 결과물인 교향곡 1·6·7번이 실황 음반(LSO Live)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만장일치의 걸작이라기보다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작에 가깝다는 것이 평단의 반응이다. 영국에서도 별 2개의 졸작이라는 평가부터 별 5개 만점까지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말러 교향곡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출발하는 6번의 1악장부터 게르기예프와 런던 심포니는 결코 좌고우면(左顧右眄)하거나 뒤돌아보지 않는다. 직선적이면서도 광포하게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나간다.

환호하는 쪽은 그 공격성과 시원시원함을 높이 사고, 비판하는 편에서는 말러의 교향곡이 지닌 섬세함과 복잡다단한 면모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낸다. 터프한 배우가 멜로물에 종종 약하듯, 모든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만능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말러 교향곡 1번에서는 우려가 앞섰지만, 6·7번에서는 환호하는 반응이 지배적이어서 '런던 대관식'을 마친 러시아 음악 황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복잡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게르기예프와 런던 심포니의 말러 교향곡 사이클은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음반에 담겨 소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