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11 03:43
세기를 뛰어넘은 '문제작' 봄의 제전…
18일부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20세기 최초의 '음악 혁명'이 발발한 순간은 1913년 5월 29일 오후 8시45분, 장소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극장입니다. 음악학자 토머스 포리스트 켈리는 책 《음악의 첫날밤》(황금가지)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관객들은 첫 2분 동안 조용하게 있었다. 그러다가 야유 소리가 꼭대기 좌석에서 터져 나왔다. 좀 있으니 낮은 층 객석에서도 들려왔다. 사람들은 주먹이든 단장(短杖)이든 손에 잡히는 건 무엇이든 쥐고서 옆 사람 머리 위로 흔들어댔다. 분노는 처음에 무용수들에게, 그 다음에는 오케스트라에 집중됐다. 공연이 끝날 무렵 경관들이 출동했다. 작곡가는 무대 뒤쪽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파리 거리를 쓸쓸하게 거닐었다."
밤 거리를 배회한 작곡가는 스트라빈스키(Stravinsky), 이 날의 문제작은 발레 《봄의 제전》입니다. 태양신에게 바치는 제물(祭物)로 한 처녀를 선택하고 제단 앞에서 태고의 의식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 발레의 내용입니다.
늘씬한 몸매를 살려주는 발레 의상 대신, 러시아 전통 의상으로 온몸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슬라브적 제의를 펼치는 모습은 당시 관객들의 눈에 생경하기만 했을 것입니다. 입가에 손을 대고 천장 대신 바닥을 쳐다보며 춤추는 무용수들에게 "치통에 걸렸으면 치과에나 가라"고 고함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봄의 제전》에 대한 반감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습니다. 올해 탄생 100년을 맞은 미국의 장수 작곡가 엘리엇 카터(Carter)는 19세 때인 1927년 뉴욕 카네기 홀에서 열린 《봄의 제전》 공연 당시 "관객의 절반은 걸어나갔다. 아버지도 공연이 끝난 뒤 '미친 녀석이나 그런 작품을 쓸 것'이라고 하셨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카터가 작곡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도 바로 《봄의 제전》이고, 20세기 최고의 '문제작'이 된 지금은 영화와 음악, 무용 등 장르를 넘나들며 크로스오버(crossover)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첫 2분 동안 조용하게 있었다. 그러다가 야유 소리가 꼭대기 좌석에서 터져 나왔다. 좀 있으니 낮은 층 객석에서도 들려왔다. 사람들은 주먹이든 단장(短杖)이든 손에 잡히는 건 무엇이든 쥐고서 옆 사람 머리 위로 흔들어댔다. 분노는 처음에 무용수들에게, 그 다음에는 오케스트라에 집중됐다. 공연이 끝날 무렵 경관들이 출동했다. 작곡가는 무대 뒤쪽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파리 거리를 쓸쓸하게 거닐었다."
밤 거리를 배회한 작곡가는 스트라빈스키(Stravinsky), 이 날의 문제작은 발레 《봄의 제전》입니다. 태양신에게 바치는 제물(祭物)로 한 처녀를 선택하고 제단 앞에서 태고의 의식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 발레의 내용입니다.
늘씬한 몸매를 살려주는 발레 의상 대신, 러시아 전통 의상으로 온몸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슬라브적 제의를 펼치는 모습은 당시 관객들의 눈에 생경하기만 했을 것입니다. 입가에 손을 대고 천장 대신 바닥을 쳐다보며 춤추는 무용수들에게 "치통에 걸렸으면 치과에나 가라"고 고함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봄의 제전》에 대한 반감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습니다. 올해 탄생 100년을 맞은 미국의 장수 작곡가 엘리엇 카터(Carter)는 19세 때인 1927년 뉴욕 카네기 홀에서 열린 《봄의 제전》 공연 당시 "관객의 절반은 걸어나갔다. 아버지도 공연이 끝난 뒤 '미친 녀석이나 그런 작품을 쓸 것'이라고 하셨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카터가 작곡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도 바로 《봄의 제전》이고, 20세기 최고의 '문제작'이 된 지금은 영화와 음악, 무용 등 장르를 넘나들며 크로스오버(crossover)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2003년 타계한 독일의 감독 올리버 헤르만(Herrmann)은 원시 부족의 제의를 현대 도시로 옮겨와 무기력증과 섹스 중독, 결벽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주술적 전례를 통해 치유 받는 과정을 38분짜리 무성 영화 《봄의 제전》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가 타계한 이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베를린 필(지휘 사이먼 래틀)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상영됐습니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상'이 '청소년 권장 음악'이 되기도 합니다. 래틀이 베를린 필의 청소년 음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베를린과 뉴욕의 십대들에게 맘껏 춤출 기회를 주었던 음악도 바로 《봄의 제전》입니다.
18일 막이 오르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안은미 컴퍼니와 마이클 클락 컴퍼니 등 한국과 영국의 무용단도 공교롭게 《봄의 제전》을 각각 도전 대상으로 선택했습니다. 90여 년 전에 관객들을 질리게 했던 작품이 세대가 흐르면서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빚어내고,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고취시키고 있으니 여전히 '문제작'은 문제작인 셈입니다. 그날 밤 파리의 밤거리를 쓸쓸하게 걸었던 스트라빈스키도 지금은 후배 예술가들의 애정 공세에 웃음 짓고 있겠지요.
▶안은미 컴퍼니, 《봄의 제전》, 18~19일 아르코예술극장
▶영국 마이클 클락 컴퍼니, 《으으으음…》, 28~29일 아르코예술극장, (02)3673-2561
18일 막이 오르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안은미 컴퍼니와 마이클 클락 컴퍼니 등 한국과 영국의 무용단도 공교롭게 《봄의 제전》을 각각 도전 대상으로 선택했습니다. 90여 년 전에 관객들을 질리게 했던 작품이 세대가 흐르면서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빚어내고,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고취시키고 있으니 여전히 '문제작'은 문제작인 셈입니다. 그날 밤 파리의 밤거리를 쓸쓸하게 걸었던 스트라빈스키도 지금은 후배 예술가들의 애정 공세에 웃음 짓고 있겠지요.
▶안은미 컴퍼니, 《봄의 제전》, 18~19일 아르코예술극장
▶영국 마이클 클락 컴퍼니, 《으으으음…》, 28~29일 아르코예술극장, (02)3673-25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