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첼로의 신(神)이라고? 신이 그렇게 변덕스럽나?"

  • 정리=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9.11 03:42

첼리스트 비스펠베이·조영창

오는 27일 네덜란드의 피터 비스펠베이(Wispelwey)는 내한 공연에서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5곡)을 연주한다. 첼리스트 조영창씨도 최근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했다. 두 사람을 인터뷰했는데 놀랄 만큼 대답은 비슷했다.

―처음 베토벤의 소나타를 접한 건?

비스펠베이 "8세 생일 선물로 파블로 카살스(Casals)의 음반을 받았다."

조영창 "중학생 때 카살스의 녹음으로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처음 들었다."

―소나타 5곡 제일 좋아하는 곡은?

비스펠베이 "마치 다섯 명의 아이들 가운데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묻는 것 같다. 소나타 4번은 한 편의 시(詩)처럼 시작하고, 1번은 흥겨움이 가득하며, 2번은 무척 개인적이면서도 변덕이 심하다."

조영창 "개인적으로는 소나타 4번을 가장 많이 연주했고, 1번의 경우 전(全) 악장은 딱 한 번 밖에 연주하지 않았다. 하지만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
최근 베토벤 첼로 소나타 음반을 발표한 첼리스트 조영창. /알레스뮤직 제공(왼쪽), 27일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5곡)을 연주하는 피터 비스펠베이.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두 번이나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한 스페셜리스트다. /크래디아 제공(오른쪽).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와 관련한 개인적인 사연은?

비스펠베이 "20년 전부터 첼로 소나타 전곡을 매년 5~10차례는 연주하고 있으니 적어도 100번 이상은 한 것 같다."

조영창 "음반을 녹음한 뒤 전곡 연주 계획을 잡으려고 했지만 함께 녹음한 피아니스트가 손가락 부상으로 3년째 연주를 못하고 있는 것이 무척 아쉽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첼로의 구약성서'로 부르는 것에 빗대, 흔히 베토벤 소나타는 '첼로의 신약성서'라고 부르는데….

비스펠베이 "바흐의 모음곡을 '성서'라고 부르는 것은 많이 들었지만 베토벤을 '신약성서'라고 부르는 건 아직 들어 보지 못했다. 훌륭한 비유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는 어떻게 될까. 요한계시록일까? (웃음)"

조영창 "막스 레거(Reger)라는 작곡가는 '나는 바흐를 음악가로서 가장 존경하며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 숭배도 하지만 결코 하느님일 수는 없다'라고 쓴 적이 있다. 나 역시 바흐와 베토벤 모두 존경하지만, 앙상하고 낡은 도그마가 되어선 안 된다."


▶비스펠베이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회, 27일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