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희 발레단 '한여름 밤의 꿈'

  • 성남문화재단
  • 글=서주연(무용 칼럼니스트)
  • 사진 제공=장선희발레단

입력 : 2008.09.11 09:16

발레가 발레이기를 거부한다?

발레와 현대무용의 크로스 오버를 시도한 장선희 발레단의 '한 여름밤의 꿈'

장선희 발레단의 '한여름 밤의 꿈'은 춤으로 푸는 고전에 속하지만 보기 드문 이색적인 무대다. 연극, 영상, 발레와 현대무용의 혼용으로 제곱수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한다. 발레의 대중화인지, 극대화된 실험 무대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춤으로 푸는 고전은 식상하다? 클래식 발레에서부터 현대작품에 이르기까지 고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 많아서 일까. 고전을 재해석하는 무용작품을 만나는 일은 무용 공연의 빅딜이 아니다.

춤이 문학 작품에 내제된 깊이에의 강요에 묻어가는 시대도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끊임없는데, 그 이유는 고전의 주제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이며, 관객의 눈이 고전을 재해석하는 수단에 고개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장선희 발레단이 무대에 올릴 '한여름 밤의 꿈'은 춤으로 푸는 고전에 속하지만 관객의 눈길을 끄는 점이 있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1879년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1906년 미하일 포킨(Mihail Fokine), 1962년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 1964년 프레드릭 에쉬톤(Frederick Ashton), 1977년 존 뉴마이어(John Neuimeier) 등 저명한 안무가들을 통해 끊임없이 춤으로 재현되어왔다. 장선희 발레단은 이 안무가들의 작업과 몇 가지 점에서 변별된다.


춤만 보지 마세요

먼저, 장선희 발레단은 발레 동작을 주로 사용하지만 현대무용수를 도입하여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움직임을 모색한다. 음악적 요소의 현대화를 위해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을 메인 테마로 사용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가미하거나 DJ 랩퍼와 클래식 음악을 접목시키기도 한다. 대중문화의 꽃인 뮤지컬 형식의 삽입은 발레를 이색적으로 꾸며낸다.

또한 발레와 연극이 만나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릿광대와 극중극은 작품의 해설자로서 관객이 보다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언어와 몸짓의 적절한 조화는 무엇보다도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의 관심과 집중을 유도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첨단 조명과 영상이 발레를 만나는 점도 특징적이다. 조명과 영상은 현대무용 안무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지만 현대 발레에서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된다. 이번 작품에서 첨단 조명은 아름다운 발레리나, 발레리노의 몸을 변화시키고 강조하며, 영상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시대가 낳은 예술경향과 취미를 발레에 접목한 장선희 발레단의 '한여름 밤의 꿈'은 관객을 한밤 중 요정들의 축제에 초대해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에 손짓을 보내고 있다. 초가을의 쓸쓸함을 이색적인 발레 '한여름 밤의 꿈'으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일시  9월 13~14일   13일 6시, 14일 4시
장소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문의  02-3408-3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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