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페스티벌 '10월 전쟁'

  • 한현우 기자

입력 : 2008.09.10 03:11

재즈·월드뮤직 등 다양
대형 페스티벌만 6개 가족 나들이로도 인기

대격돌(大激突)! 10월 한 달간 무려 6개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 7, 8월 페스티벌이 록음악 일색이라면, 가을 축제들은 재즈와 월드뮤직, 인디음악, 포크록으로 장르도 다양하다. 페스티벌의 특징은 느슨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무대 앞에서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멀찌감치서 도시락을 먹으며 유유자적(悠悠自適) 시늉하는 사람들도 많다.(보드게임을 하거나 아예 누워서 자는 사람들도 있다!)

10월에 열릴 6개 페스티벌 중 5개가 야외 축제다. 간단한 음식을 싸들고 소풍 삼아 나가볼 일이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분명 감탄할 것이다. 가기 전에 페스티벌 홈페이지 예습은 필수. 주최측에서 나눠주는 공연시간표에 '머스트 시(must see)' 동그라미를 치는 당신은 '페스티벌 제너레이션'이다.
작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메인무대인‘재즈 스테이지’에 모인 관객들. 이 잔디밭은 관객 1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제공
10월 첫 주말에 페스티벌 세 개가 한꺼번에 열린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올해 5회째를 맞은 한국의 대표적 재즈 축제. 경기 가평군의 작은 무인도가 축제의 장으로 바뀐다. 밤과 잣 특산물밖에 없던 가평군의 문화 마인드가 이 작은 동네를 세계적 재즈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놓칠 수 없는 공연은 조 로바노(색소폰)와 존 스코필드(기타)가 이끄는 쿼텟, 웨더리포트 멤버인 빅터 베일리(베이스), ECM레이블의 대표주자 존 애버크롬비(기타) 쿼텟.

같은 주말 자라섬과 맞서게 된 울산 월드뮤직 페스티벌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관록의 울산 축제인 처용문화제 부속 무대다. 올해는 울산과 작년 문화교류 협약을 맺은 포르투갈을 주빈국으로 모신다. 포르투갈에서 호드리구 레아웅(피아노) 크리스티나 브랑코(보컬) 엘더 모우띠뉴(보컬)가 온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두 번 받은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밴드 바호폰도 탱고클럽도 놓칠 수 없는 팀.

올해 10회를 맞은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은 꾸준히 인디계 실력자들을 발굴해 선보여 온 젊은 음악축제다. 갤럭시익스프레스, 검엑스 같은 인디밴드 외에 김창완밴드와 심수봉도 무대에 선다. 작년 펜타포트에 깜짝 등장했던 유앤미블루(이승열·방준석)가 다시 공연한다는 소식에, 골수팬들은 진작부터 가슴을 진정시키며 기다려왔다.

10월 둘째 주 MAC 재즈 페스티벌은 서울 마포아트센터(MAC)가 처음으로 기획한 재즈 축제. 780석 극장과 170석 극장 두 무대에 10개 팀이 오른다. 국내에서 인기 높은 에디 히긴스 트리오, 노르웨이의 서정적 가수 잉거 마리, 독보적인 한국 재즈보컬 나윤선과 울프 바케니우스(기타)의 무대가 기대된다. 8일 '클럽 에반스데이'엔 홍대 앞 젊은 재즈클럽 에반스의 출연진 3팀이 선다. 한국 재즈의 성장을 확인하는 무대.

작년에 이어 열리는 원드림 월드뮤직 페스티벌도 10월 둘째 주말에 열린다. 세네갈(이스마엘 루)과 콩고(케켈레), 카부 베르드(테오필루 샹트르)처럼 쉽게 만날 수 없는 아프리카 뮤지션들이 한국을 찾아온다. 브라질 피아니스트 엘리아니 엘리아스와 플라멩코 밴드인 집시랜드도 눈길을 끈다.

10월 셋째 주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은 작년 첫 회 반응이 굉장히 좋아 주최측이 당황해했던 축제. 올림픽공원 내 3개 야외무대에서 벌어지는 이 축제에서는 포크와 모던록 위주의 뮤지션들을 56개 팀이나 만날 수 있다. 펑크나 메탈, 인더스트리얼 밴드는 한 팀도 없다. 홈페이지에서 라인업을 살펴보면 '예매' 아이콘을 외면하기 어렵다. 6년 만에 새 음반을 낸 봄여름가을겨울을 필두로,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 젊은 실력자들이 거의 다 출연하는 형국이다. 미국 인디록밴드 '요 라 텡고'(Yo La Tengo)와 국내 마니아들이 꽤 많은 일본 어쿠스틱 듀오 '데파페페'가 인기 끌 외국팀이다.

페스티벌이 몰리다 보니 겹치기 출연도 생긴다. '한국 대중음악계의 레크리에이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한철이 최고 인기로 10월 첫주 자라섬, 둘째 주 원드림, 셋째 주 그랜드민트에 선다. 이한철은 "페스티벌 특성에 맞춰 음악도 달리하고 팀 이름도 바꿀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