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때론 낭만적으로… 미묘한 프랑스 음악의 색채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9.08 09:04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독주회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4년간 계속됐던 작곡가의 짝사랑 때문인지 작품에서도 '사랑해'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 같아요. 2악장에서는 마치 심장 박동 리듬이 들리는 것 같고요."


4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부천 필하모닉 악장을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36)씨가 바이올린 대신 손에 잡은 것은 마이크였다. 앉은 곳도 바이올린 악보가 놓인 보면대(譜面臺)가 아니라 피아노 건반 앞이었다. 포레·드뷔시·라벨 등 프랑스 바이올린 소나타만으로 구성한 이 날 독주회에서 양씨는 연주 전에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자칫 낯설거나 까다로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청중에게 해설했다. 해설과 피아노, 바이올린이라는 '1인 3역'을 맡은 셈이었다.


그는 "제가 잘은 못 치지만…"이라면서도 페달을 밟았다가 떼고, 피아노 건반을 눌러가며, 페달을 이용해서 모호함을 강조하는 프랑스 특유의 음악 어법과 화음 진행을 전달했다. 그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에는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가 적기 때문에 힘들 수 있지만, 낭독조라는 걸 염두에 두고 그 색채를 감상해달라"고 말했다.

프랑스 바이올린 소나타만으로 리사이틀을 연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예인예술기획 제공

사실 연주자와 청중 사이에 대화가 거의 오가지 않는 것이야말로 클래식 연주회의 '불친절한' 특징이다. 1부와 2부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5분씩 곁들인 양씨의 해설 덕분에 리사이틀홀에는 사랑방 같은 훈훈한 온기가 돌았다.


잠시 후 '본업'인 바이올리니스트로 돌아온 양씨는 인상주의 화폭을 무대 위에 펼쳐놓듯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낭만적으로 프랑스 소나타들을 그려냈다. 포레의 '꿈꾼 후에' 와 드뷔시의 '아름다운 저녁' 등 앙코르까지 모두 프랑스 곡으로 채운 양씨는 마지막으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을 불협화음으로 바꿔놓은 듯한 라벨의 소나타 3악장을 다시 연주하며 프랑스 소나타 '복습'을 마쳤다.


내년 4월에는 영국 런던의 유서 깊은 연주장인 위그모어 홀에서 데뷔 예정이다. 양씨는 "갈수록 영재(英才) 연주자들만 선호하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때로는 헛꿈을 꾸는 것은 아닌지 고민도 하지만, 어떤 무대에서든 열심히 활동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