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남산에서 체호프·입센 만난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9.04 03:08

9개국 참가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내달까지

이 가을 국립극장으로 가는 남산 오르막은 세계로 통한다. 길 끝에는 제2회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이 있다. 러시아·노르웨이·프랑스·중국 등 9개국 국립공연단체의 작품 19편이 10월 30일까지 피고 진다.

250년 전통의 러시아 모스크바의 말리 극장은 안톤 체호프의 《세자매》(9월 25~27일)를 가져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한다"는 체호프의 철학이 압축된 장막극으로 구(舊)소련 시절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유리 살로민이 연출한다. 자작나무숲과 정돈된 거실을 배경으로 모스크바를 그리워하는 세자매의 이야기가 180분간 펼쳐진다. 체호프의 가치를 제대로 확인할 기회다.

입센의 《페르귄트》(10월 24~26일)도 있다. 노르웨이 국립 페르귄트 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제작한 이 연극은 배우와 연주자 등 출연진만 74명에 달하는 대작이다. 옛 애인 솔베이지의 품에서 죽음을 맞는 주인공 페르귄트를 통해 헛것일 뿐인 돈과 권력, 야망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러시아 모스크바 말 리극장의 연극《세 자매》. 체호프 희곡 의 힘을 보여줄 것 으로 기대된다./국립극장 제공

우리에게 《패왕별희》로 익숙한 패왕 항우(項羽)도 한국으로 날아온다. 중국 국가화극원의 창작극 《패왕가행》(覇王歌行·9월 11~13일)이다. 역사 속의 인물인 항우를 불러내 인터뷰하는 형식도 흥미롭다. "아방궁은 당신 차지인데 왜 불살랐느냐" "유방을 왜 살려주었느냐"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중국의 1급 연출가 왕샤오잉(王曉鷹)이 연출한다.

프랑스 오데옹 국립극장은 10월 9~11일 《소녀, 악마 그리고 풍차》와 《생명수》를 공연한다. 한국 참가작으로는 9월 18~26일 국립극단의 《테러리스트 햄릿》, 9월 17~20일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이 있다. 공식 초청작은 아니지만 지난달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에서 공연된 국수호 디딤무용단의 《천무》(10월 16~19일), 다양한 북의 합주도 만날 수 있다. 10월 29~30일 장이머우(張藝謀) 연출의 발레극 《홍등》으로 축제를 닫는다.

▶세부 일정은 페스티벌 홈페이지(wfnt.kr) 참조. (02)2280-4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