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중섭, 인간미 가진 천재"

  • 김수혜 기자

입력 : 2008.09.03 03:00 | 수정 : 2008.09.03 06:28

● 11번째 '이중섭과 서귀포' 세미나 열려

화가 이중섭(李仲燮·1916~ 1956)은 곤궁하게 살다 고독하게 죽었다. 전쟁과 가난 때문에 바다에서 게를 잡아 끼니를 때웠고, 가족과도 헤어져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래도 그는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도화지, 은박지, 장판지, 널빤지에 연필과 철필과 송곳으로 그린 그의 그림은 훗날 한국 현대미술사를 환히 밝히는 보물이 됐다.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기리는 '2008 이중섭과 서귀포' 세미나가 2일 오후 4시 제주도 서귀포 KAL호텔에서 서귀포시와 조선일보사 공동 주최로 열렸다.

올해로 11회째인 이 연례 세미나는 전문가와 일반인에게 이중섭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기회를 주고자 시작됐다. 서귀포는 이중섭이 6·25가 터진 뒤 1년 간 피난생활을 한 곳으로, 이중섭은 이곳에서 '서귀포의 환상'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명작을 남겼다.
‘2008 이중섭과 서귀포’세미나에 참석한 미술계 인사들이 세미나가 열린 제주도 서귀포 KAL호텔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기혜경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명희씨, 고영실씨, 민정기 화백, 유족 대표 이지향·이영진씨, 임영방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차섭 화백, 최경한 화백, 오광수 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 서성록 안동대 교수. /서귀포=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이날 세미나 주제 발표는 서성록 안동대 교수(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와 기혜경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맡았다. 서 교수는 "이중섭은 머리 속에 완벽한 청사진이 들어있는 것처럼 놀라운 솜씨로 선을 그어 사물의 윤곽을 떠내거나, 혹은 선 자체로만 그림을 완성시켰다"고 했다. 서 교수는 "이중섭은 천재인 동시에 맑은 인간미를 가진 천재였고, 구상·김춘수·김광림 등 수많은 문인들이 인간 이중섭과 그의 예술을 아끼고 사랑했다"고 했다.

기 학예연구사는 "이중섭이 소를 즐겨 그린 것은 고향의 추억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한데도, 그동안 화단에서는 민족적인 의미를 띤 측면만 강조되어 왔다"며 "이중섭의 작품 그 자체를 소홀히 하고, 민족이라는 커다랗고 무거운 이데올로기의 짐을 여전히 내려놓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한다"고 했다.

이 세미나와 함께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서는 20일까지 '길 떠나는 가족' 등 이중섭의 작품 13점을 모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중섭 화백의 조카 이영진씨, 김차섭·민정기·이왈종 화백, 임영방·최경한·이종상·류희영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 박명자 갤러리현대 사장, 강문칠 한국예총 제주도지회장, 이연심 한국예총 서귀포지부장, 이상복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김형수 서귀포시장, 오광협 전 서귀포시장, 김문순 조선일보사 발행인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