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공연이 전부가 아닙니다 '상경공연'하는 지방합창단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8.28 03:09

#1. 지난 6월 25일 고양아람누리. '호국의 달'을 맞아 고양시립합창단은 함신익의 지휘로 죽은 이의 넋을 기리는 진혼곡인 베르디의 〈레퀴엠〉을 공연했다.

내친 김에 2주 뒤인 지난달 12·13일에는 예술의전당과 고양아람누리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과 영국 작곡가 윌리엄 월튼의 〈벨사자르의 향연〉까지 연거푸 무대에 올렸다. 월튼이 29세 때 작곡한 패기만만한 오라토리오에서 뿜어내는 이 합창단의 열기는 뜨겁고도 장중하기 그지없었다.

#2. 다음달 대전시립합창단은 바흐의 〈B단조 미사〉를 대전과 고양에서 잇따라 공연한다. 4일 대전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린 뒤, 6일에는 고양아람누리에서 같은 곡을 노래하는 것이다.

작곡 당시의 옛 악기나 연주법으로 접근한다는 '당대 연주'를 내걸고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과 일본 고음악 연주자들로 구성된 연합 오케스트라(지휘 빈프리트 톨)가 연주를 맡는다.

최근 베르디의〈레퀴엠〉, 월튼의〈벨사자르의 향연〉등을 의욕적으로 노래한 고양시립합창단./고양문화재단 제공
지역 합창단들이 패기 넘치는 레퍼토리로 잇따라 수도권 무대에 진출하고 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의례적으로 올리는 정기 연주회가 아니라 서로 다른 대작을 짧은 기간에 소화하기도 하고, 같은 작품이라도 다른 빛깔로 채색하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공연장으로서는 고질병인 '콘텐츠 부족'을 해결할 수 있고, 지역 공연 단체로서는 수도권 관객을 확보할 수 있어 서로 '윈윈 게임'이 되고 있다. 그 진원지는 지난해 5월 개관한 고양아람누리다.

상주 오케스트라가 없는 이 공연장은 대신 KBS 교향악단, 서울시향 등을 초청해서 무대에 세우면서 평균 유료 객석 점유율 80% 이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명문 악단을 과감하게 불러들여 '문화 갈증'을 느끼고 있는 지역 시민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는 셈이다. 지휘자 정명훈도 서울시향 콘서트 때마다 "세계 어느 홀 부럽지 않은 음향을 지닌 고양아람누리에서 공연하게 되어 기쁘다"는 말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백성현 고양문화재단 공연기획팀장은 "전용 홀을 갖추면서 그동안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급할 기회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고양아람누리 공연은 피아니스트 임동민 리사이틀(10월 31일)과 경기 필하모닉(지휘 금난새)과 고양시립합창단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12월 19일) 등으로 이어진다. 1577-7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