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8.25 03:22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데뷔한 심인성씨

오스트리아의 빈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전속 가수로 활동 중인 베이스 심인성(33)에게 지난해 4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조직위에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구노(Gounod)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가운데 줄리엣의 아버지 카퓔레 영주 역을 맡아줄 수 있겠느냐는 청이었다.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했어요. 세계 최고의 음악 축제 무대잖아요."
지난달부터 롤란도 빌라존(테너), 야닉 네제 세겐(지휘) 등과 호흡을 맞추며 4차례 이 역으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데뷔한 그는 "오페라에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엄해도, 딸에게만큼은 따뜻하기 그지없는 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뒤 오스트리아 빈에 '맨손'으로 건너가 2001년 빈 슈타츠오퍼의 전속 가수에 합격했다. "다른 극장 경력이 없었기에 사실상 '말단'부터 시작했어요. 30~40년 동안 단역만 하는 분들도 있었고, 말단으로 끝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맨손으로 왔기 때문에 오히려 무엇이든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비롯해서 바그너의 《파르지팔》, 푸치니의 《라 보엠》 등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차츰 경력을 쌓았다. 그는 "한 해 유럽에서 가장 많은 오페라 작품이 올라가고, 가장 많은 스타들이 출연하는 이 극장이야말로 나의 '또 다른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서 공부하고, 무대에서 노래하고, 무대에서 연기하면서 배워나갔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집중적인 엘리트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기악 연주자들과는 달리, 성악가는 재능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심씨는 "태어나기 전부터 노래를 했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이어서 아침 7시 30분마다 가족 예배를 드렸어요. 소리 우렁찬 어머니 덕분에 뱃속에서부터 노래한 거죠." 7세 때 여수 어린이 경연대회에서 동요로 2위를 차지하고, 초등학교 합창단과 성가대에서 노래해온 그는 "노래할 팔자라는 걸 의심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7년간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활동한 그는 올해 프리랜서로 독립을 선언했다. 성악가로서 '홀로 서기'라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오는 10월 음반사 버진 클래식을 통해 헨델의 오페라 《파라몬도》 녹음에 참여하며, 다음달 20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갈라 콘서트에서는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 가운데 〈그녀는 결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등을 부른다. 그는 "어릴 적부터 선생님께 오징어와 갓김치로 강습료를 냈던 촌놈이기에 거꾸로 도전이 전혀 두렵지 않다. 아직은 젊으니 무엇이든 부딪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