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8.25 09:03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 9월 6일부터 두산아트센터에서
하나의 작품에 세 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나의 사건에는 서로 다른 진실이 엇갈린다. 일본의 대문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 <덤불 속에서>와 <용>, <케사와 모리토>를 무대 위로 옮겨온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See What I Wanna See)>가 당신에게 묻는다. 과연, 진실은 존재하는가?
당신이 본 것이 절대적 진실인가?
여기 ‘살인사건’과 ‘신의 계시’라는 객관적인 사건이 있다. 그런데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진술과 해석은 각기 다르게 펼쳐진다.
1막 <라쇼몽>에서는 경찰이 지난 밤 센트럴파크에서 벌어진 강간 살인사건의 목격자와 용의자를 취조한다. 목격자인 경비원, 자신이 살인범이라 우기는 강도, 남편과 동반자살을 시도했다는 아내, 아내의 배신 때문에 살해당했다는 죽은 남편 영혼의 주장을 전하는 영매까지, 모두 다른 주장을 한다.
2막 <영광의 날>에는 9.11테러사건 이후 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신부가 등장한다. 센트럴파크에서 거짓된 예수의 재림을 설파하던 그는 사고로 모든 걸 잃은 전직 여배우, 종교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모니카 이모, 숫자를 조작해 재산을 은닉하다 신의 존재에 회의를 품게 된 회계사, 신의 계시를 통해 인간 본능을 탐구하려는 기자를 만난다.
1900년대 일본 작가의 단편소설을 2000년대 뉴욕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각색한 두 이야기 사이에는 막간극 <케사와 모리토>가 삽입된다. 중세시대 일본, 불륜에 빠진 여인 케사와 그녀의 연인 모리토는 서로를 죽여 관계를 정리하려고 한다.
세 가지 극 중 유일하게 일본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이 스토리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놓고 두 인물이 각자의 시점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비교해서 보여준다.
화려한 무대로 재탄생하는 아쿠타가와의 작품들
일본 문학계가 그를 기리며 ‘아쿠타가와상’을 제정할 만큼 일본 근대문학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Akutagawa Ryunosuke, 芥川龍之介, 1892-1927년).
그는 자신의 광기 어린 천재성이 곳곳에 드러난 150여 편의 단편만을 남긴 채 서른다섯의 나이로 자살했다. 그의 세 단편을 모은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는 미국 뮤지컬의 미래라 불리는 마이클 존 라키우사의 최신작이다.
대본, 작사, 작곡을 거의 혼자 도맡아 작업하는 그는 이 작품에서도 일본 전통음악부터 재즈, 가스펠, 팝, 타악기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과 독특한 형식을 선보인다. 연출은 <라쇼몽>, <보이체크> 등으로 실력을 검증 받은 콜롬비아 출신의 하비에르 구띠에레즈가 맡는다.
국내 초연 무대에는 김선영, 강필석, 박준면, 양준모, 홍광호, 차지연, 임문희, 정상윤 등 뮤지컬계 스타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수많은 조각으로 나뉜 삶들을 경험하는 시간
연출가 하비에르 구띠에레즈에게 서면으로 물었다.
<씨왓아이워너씨>의 ‘씨(See)포인트’
scenePLAYBILL(이하 P) 중세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세 가지 이야기를 무대로 옮겨왔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요?
Javier Gutirrez(이하 J) 여러 가지 메시지가 있겠지만 하나만 꼽아보자면, 우리 모두는 공통적으로 ‘삶’이란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은 ‘개개인의 삶’이라는, 굉장히 많은 조각으로 나뉘어 있죠. 만약 제가 제 ‘삶’이 아닌 다른 수많은 조각들, 즉 다른 이들의 경험을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P: 극장 가운데 위치한 무대 사면을 객석이 둘러싸고 무대바닥과 사면 스크린에 영상을 비춰 시공간의 변화를 드러냅니다. 이런 독특한 무대세팅은 관객들이 작품의 철학적 메시지를 이해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나요?
J: 대본에 있는 단어 하나처럼, 무대 역시 작품을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이렇게 독특한 디자인의 무대를 제작한 이유는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면서 느껴야 하는 요소들을 더욱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섭니다. 이 무대를 통해 관객들은 제작진과 배우가 전하고자 하는 작품의 숨은 뜻 ‘씨 왓 아이 워너 씨(내가 원하는 것만 본다)’를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P: 마지막으로 1막과 2막 사이에 삽입된 <케사와 모리토>는 나머지 두 이야기와 배경도 다르고, 분량도 노래 한 곡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짧은 장면이 극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J: <케사와 모리토>는 이 작품의 중심이 되는 장면입니다. 두 가지 순간들로 구성된 이 스토리는 두 명의 주인공 각자의 시점에서 느끼는 바를 전달하죠. 다른 이야기들과 비교하자면, 유일하게 ‘과거의 기억’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함께 경험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겁니다.
P: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는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이들을 지켜본 소감은 어떤가요?
J: 리허설 때 지켜본 한국의 배우들은 굉장히 유능하고 프로정신이 강하며 따뜻했습니다. 그들은 한국 관객들이 가진 높은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