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비뚤어진 애정과 집착, 뮤지컬 '쓰릴 미'

  • scene PLAYBILL editor 안은영

입력 : 2008.08.22 13:37

2007년 큰 성공이후 1년만에 재공연

1924년, 시카고의 배수관에서 14살 소년의 시체가 발견됐다.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그러졌고, 손발은 뒤로 묶인 채 잘렸다. 범인은 19살의 네이슨 레오폴드와 리처드 로브. 로스쿨 입학이 예정된 수재들이었다. 살인은 그들의 특별함을 증명하기 위한 ‘게임’에 불과했다.
 
나와 그, 누가 누구를 조정한 것인가?

미국 전역을 충격에 몰아넣은 살인사건의 주인공 네이슨 레오폴드와 리차드 로브.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천재 소년들이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그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뮤지컬 <쓰릴 미>는 실존 인물 네이슨과 리차드란 이름 대신 ‘나’와 ‘그’라는 불특정 인물을 무대에 세운다.

엄하고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총명하지만 내성적인 ‘나’는 하버드 로스쿨 입학이 예정된 전형적인 모범생. 반면 타고난 외모와 말재주로 모든 이에게 사랑받지만, 가진 게 너무 많아 사는 게 지루한 ‘그’는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한 청년이다. 그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나, 그런 나를 이용해 더 큰 자극을 얻으려는 그. 둘은 ‘피의 계약’을 맺는다.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그를 흥분시키고, 그는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사랑해준다는. 처음엔 방화나 절도로 만족하던 그는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했고, 그를 영원히 곁에 묶어두길 원한 나는 유괴와 살인에까지 가담하게 된다.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믿었던 그들의 범죄는 시체 근처에 떨어진 나의 안경 때문에 세상에 드러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변호사 찰스 대로우의 명 변론으로 사형을 면한 그들은 살해혐의로 종신형, 납치혐의로 99년형을 선고받는다.
 
두 명의 남자, 타자기와 피아노

감옥의 가석방 심의위원회. 수감자 ‘나’의 일곱 번째 가석방 심의가 진행 중이다. 나를 심문하는 목소리들은 34년 전 그들이 저지른 이해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 캐묻는다.

나는 그와 함께 어린 아이를 유괴해서 살해하기까지 숨겨진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고백한다. 그리고 무대 가운데 놓인 타자기는 19살 소년들이 피로 맺은 계약을 재현한다.

2007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뮤지컬 <쓰릴 미>는 당시 객석점유율 94%를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일 년 만에 다시 오르는 이번 공연에는 초연 멤버인 류정한과 김무열이 다시 한 번 ‘나’와 ‘그’를 연기하고 김우형, 이창용, 김동호가 새롭게 합류한다.

여기에 배우와 호흡을 맞춰가며 그들의 비뚤어진 애정과 집착을 드라마틱한 선율로 풀어내는 피아노 연주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