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과 조화'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

  • scene PLAYBILL editor 김아형

입력 : 2008.08.22 10:55

장르 넘나드는 총 38편의 작품 선보여

올해로 8회를 맞이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충돌’과 ‘조화’라는 서로 상반된 단어를 내걸고 관객과 만날 준비에 한창이다.

불온한 도발을 꿈꾸며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고 부추겼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조화를 꿈꾼다면 직접 충돌부터 해보라며 관객들에게 손짓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연극, 무용, 음악의 장르마저 넘나드는 국내외 단체들이 선보이는 38편의 작품들은 이제 관객과의 짜릿한 충돌을, 그리고 완벽한 조화를 기다리고 있다.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이하 SPAF 2008) ‘충돌과 조화’를 모토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잠자고 있는 구 서울역사를 깨워 새로운 공연의 장으로 삼았는가 하면 단체마다 개성 넘치는 ‘체호프 시리즈’를 기획했으니 말이다.

한편 작년 축제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단체들에는 앙코르 공연을 청했다. 지난해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호평 받은 루크 퍼시발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로 올해 다시 서울을 찾고, <지상의 모든 금을 위하여>를 통해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올리비에 뒤부아는 올 여름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신작 <목신들의 오후(Faune(s)>를 초연한 뒤 서울로 무대를 옮겨올 예정이다.

또한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해외교류 공동작업도 눈에 띄는데 각기 다른 문화와 장르가 부딪히며 탄생되는 작품들이야 말로 SPAF 2008이 꾀하는 충돌과 조화는 아닐까.

구 서울역사를 깨우다

구 서울역사가 공연장으로 변한다. 그동안 전시, 패션쇼, 레이저 쇼 등 여러 가지의 문화공간으로 사용되었으나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것은 SPAF 2008의 공연이 처음.

2009년 문화복합공간으로 리모델링이 되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연이 올려질 예정이다. 구 서울역사의 정취 속에 공연을 감상하고 싶다면 극단 연극미의 <조선의 뒷골목 ‘이옥이야기’>와 극단 몸꼴의 <돈키호테-인간적 열광>을 주목하라.

개성만점 '체호프' 시리즈

SPAF 2008에는 유난히도 체호프의 작품이 많이 초청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체호프의 본고장인 러시아의 <바냐아저씨>와 <바냐아저씨>를 아르헨티나식으로 해석한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 두 작품은 무대 규모부터 다르다.

러시아의 <바냐아저씨>가 대극장을 꽉 채운 아름다운 목조 대저택으로 관객들을 제압한다면, 아르헨티나의 <바냐아저씨>인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는 소극장을 더 작게 만들어 배우들의 등·퇴장조차 힘겨울 정도로 비좁게 만들었다.

또 한국의 <벚꽃동산>은 연출가 구태환의 신작으로 심오한 분석이 기대된다. 체호프의 작품은 아니지만 러시아 최고의 여배우이자 체호프의 아내인 ‘올가 크니페르’의 이야기를 다룬 체코의 <체호프의 ‘네바’>는 어떤 무대장치도 없이 전기스토브 하나가 유일한 조명이자 소품. 배우들은 오직 연기로만 승부하며 체호프의 죽음과 당시의 역사적인 사건, 연극에 대해 이야기하며 체호프를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충돌을 거쳐 조화를 일구는 공동작업

극단 골목길은 2007년 <서울의 비>에 이어 올해도 아오모리현 일한연극교류실행위원회와 공동 작업을 통해 <아오모리의 비>를 올린다.

올해는 박근형 작·연출로 극단 골목길 배우들과 일본 배우들이 8월 아오모리에서 초연을 한 후 서울에서 공연한다. 또 NOW무용단과 Dance Theatre of Ireland의 <지붕아래/맞닿은 지평선>는 한국과 아일랜드간 최초의 공동 프로젝트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런가 하면 해외 연출가들이 직접 한국배우를 선발해 작품을 올리는 스즈키 타다시의 <엘렉트라>와 데이빗 플레저의 <잃어버린 풍경들>도 기대되는 작품이다.

무용 <봄의 제전>_ SPAF 2008 공식 개막작
국가: 한국 일시: 9.18-19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단체: 안은미 컴퍼니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봄의 제전>은 초연 때부터 소동을 일으켰던 문제작이다.

음악도 음악이거니와 니진스키의 안무도 혁신적이었기에 세계 무용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초연부터 오늘날까지 내로라는 무용가들이 이에 도전했다.

마사 그라를 비롯해서 피나 바우쉬, 모리스 베자르 등 50여 명의 유명 안무가가 이 레퍼토리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도발적인 한국의 안무가 안은미가 도전장을 던졌다. 그리고 이 작품은 충돌과 조화를 꿈꾸는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연극 <체호프의 ‘네바’>_ 삶과 연극, 그 아름다움과 잔인함에 대하여
국가: 칠레 일시: 9.18-20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단체: 블랑꼬 극단

러시아가 낳은 위대한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아내 올가 크니페르의 이야기. 당대 러시아 최고의 여배우였지만 남편의 죽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는 올가와 동료 배우 마샤, 알레코. 이들은 네바강이 흐르는 도시에서 연극을 논하기 시작한다.

때로는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소리를 지르고 서로 부둥켜안고 입을 맞추기도 하면서 작은 불 하나만 켜놓은 최소한의 공간에서 이들은 공기의 밀도를 높여간다. 그리고 이들의 시공간은 1905년 러시아의 ‘피의 일요일’ 학살과 맞물리며 아이러니하게 변해간다.

실재 인물과 사실에 기초한 이 작품은 연극과 연기 그리고 폭력과 죽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극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_역경이 과연 행복의 전주곡일 수 있을까
국가: 아르헨티나 일시: 9.26-28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단체: 체호프 프로젝트

아르헨티나의 연출가 다니엘 베로네세의 작품은 1990년대 아르헨티나 드라마의 결정체라고 불린다.

그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아저씨>를 원작으로 한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를 통해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는 체호프의 인물들을 백여 년 전 유럽을 견디지 못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아르헨티나 조상들과 조우시켰다.

그의 조상들이 했던 ‘과연 아무런 희망도 없는 오늘을 견뎌내면 내일 우리의 후손들은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란 고민은 20세기 체호프의 고민과 맞물리며 체호프의 원작이 가지는 현대성을 21세기의 무대 위로 훌륭하게 전환시킨다.


무용 <으으으음(Mmm…)>_ 음악에 녹아 든 움직임
국가: 영국 일시: 9.28-29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단체: 마이클 클락 컴퍼니

영국 현대무용의 아이콘 마이클 클락과 런던의 바비칸센터가 함께 만든 ‘스트라빈스키 프로젝트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2005년 스트라빈스키의 <아폴로>를 주제로 프로젝트의 첫 작품 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바비칸센터가 공동 제작했으며, 2006년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바탕으로 한 두 번째 작품 <으으으음>을, 2007년에는 스트라빈스키의 <결혼>을 토대로 만든 로 프로젝트를 완결했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안무가 돋보이는 <으으으음>은 벌거벗은 상체를 드러낸 매혹적인 12명의 무용수들과 피아노 듀엣곡으로 편곡된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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