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의 올림픽 개막식은 기대 이하"

  • 베이징=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8.19 04:10 | 수정 : 2008.08.19 06:33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중앙발레단 자오루헝 단장
"中 예술가들은 더 훌륭한 작품 상상했었다"
발레극 '홍등' 10월 한국 5개 도시에서 공연

"더 잘했어야 했다. 올림픽 개막식은 중국 예술가들이 보기엔 기대 이하였다."

중국 중앙발레단(국립발레단)의 자오루헝(趙汝�·64·사진) 단장은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謀)가 연출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오 단장은 "중국 예술가들은 더 훌륭한 개막식을 상상했다. 세계인의 축제라서 여러 가지를 신경 썼겠지만 흠집이 너무 많다"며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중앙발레단(무용수와 악단 등 170명)은 오는 10월 한국 5개 도시에서 '홍등(紅燈)'을 공연한다. 장이머우의 영화 '홍등'을 무대로 옮긴 발레극이다. 지난 15일 베이징의 중앙발레단 접견실에서 만난 자오 단장은 "중국의 한류(韓流)처럼 '홍등'이 한국 관객에게도 사랑받아 '심리 평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59년 창단한 이 발레단의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올림픽 개막공연에서 실크로드를 표현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개막식 연출자 장이머우는“100점 만점의 개막식이었다”고 자평했지만, 중국 예 술가들 사이에서는“실망스러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장이머우와 올림픽 개막식 음악감독 천치강(陳其剛)이 발레극 '홍등'에도 참여했다. 어떻게 기획했나?

"우연히 장이머우를 만난 자리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서양의 발레에 경극, 그림자극 같은 중국 문화를 담고 싶었다. 장이머우와 천치강의 공동작업은 '홍등'이 처음이다."

―홍등 40~50개가 등장하는 첫 장면이 강렬하다.

"홍등은 주인공의 권력이자 여인들의 운명을 상징한다. 1940년 이전의 중국은 일부다처제였다. 홍등이 켜지면 남편이 그 방으로 든다는 뜻이었다."

―'홍등'은 초연부터 성공적이었나?

"2001년 초연은 그렇지 않았다. 음악, 무용, 장면 전개 등을 수정한 2003년작은 국가무대예술정품공정에 뽑혀 지원받을 정도로 호평받았다."
발레극‘홍등’에서 셋째 부인이 옛 애인과 밀회를 즐기고 있다. 발레리나가 튀튀(tutu) 대신 중국 전통복 치파오를 입는데 제롬 카플랑의 의상 디자인이다. /중앙발레단 제공

―주인공이 시집오기 전 애인이었던 경극 배우와 사랑을 나누다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는 영화와는 다른데.

"무용적인 구성 때문이다. 극본을 10번 이상 고쳐 쓸 만큼 영화와는 다른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1978년 중국의 개방 이후 발레도 달라졌나?

"생각을 더 열었고 스타일이 다양해졌다. 최근엔 안무가 존 크랑코의 현대적인 발레를 수입했고 록 음악을 쓰는 것도 가능해졌다. 1960년대 초연한 '홍색낭자군', 80년대의 '홍루몽' 등 창작 발레는 꾸준히 만들어왔다."

―문화대혁명(1966~76년 극좌 사회주의운동) 때는 어땠나.

"신(神)에게 홀린 것처럼 마오쩌둥(毛澤東)을 숭배했지만 그 시절엔 감옥에 갇혀 살다시피 했다. 마오쩌둥의 큰 착오였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튿날 잡혀가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을 겪은 나는 행운아다."

―국가대극원 예술감독(무용 부문)이기도 한데.

"무대는 좋지만 난 불만이다. 공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다. 사치스러워 보인다."

―지금 베이징은 거리도 TV도 온통 올림픽이다. 스포츠도 좋아하나?

"보는 것은 즐긴다. 그런데 중국이 이렇게 금메달을 많이 따야 하나? 중국인들이 자국 선수만 응원하는 태도는 창피하다."

―영국 축구 대표팀은 발레 연습 시간이 따로 있다.

"(웃으며) 중국 축구 대표팀은 (축구 실력도 안 되니) 말도 마라. 체조 대표팀은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발레극 '홍등'은 10월 17~19일 성남아트센터, 21~22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24~25일 고양아람누리, 27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29~30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 (02)58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