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8.16 02:40

지난 7일 금호아트홀. 일본의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기리야마 다케시는 연주 직전에 여권과 컴퓨터가 들어있는 가방을 분실했다. 하지만 막상 음악회가 시작되자 표정 하나 일그러뜨리지 않고 밝은 얼굴로 무대에 나왔다. 한국과 일본의 바로크 음악인들이 함께 연주한 '바로크로의 휴가'의 첫 무대였다.
다케시는 일본의 산노미야 마사미츠(바로크 오보에), 사쿠라이 시게루(비올라 다 감바), 오주희(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와 함께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바로크 음악들을 쏟아냈다. 마랭 마레(Marais)의 〈방광 결석 절제 수술 장면〉이나 쿠프랭(Couperin)의 〈륄리 찬가〉에서는 서툰 한국어로 일일이 곡 제목을 읽어나가며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1주 뒤인 14일 같은 곳에서는 한국 리코더 연주자 권민석과 일본의 하프시코드 주자 스즈키 마사토의 협연이 펼쳐졌다. 연 2주에 걸쳐 '한일 바로크 앙상블'이 열린 셈이었다.
다케시는 일본의 산노미야 마사미츠(바로크 오보에), 사쿠라이 시게루(비올라 다 감바), 오주희(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와 함께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바로크 음악들을 쏟아냈다. 마랭 마레(Marais)의 〈방광 결석 절제 수술 장면〉이나 쿠프랭(Couperin)의 〈륄리 찬가〉에서는 서툰 한국어로 일일이 곡 제목을 읽어나가며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1주 뒤인 14일 같은 곳에서는 한국 리코더 연주자 권민석과 일본의 하프시코드 주자 스즈키 마사토의 협연이 펼쳐졌다. 연 2주에 걸쳐 '한일 바로크 앙상블'이 열린 셈이었다.
한국의 고음악이 이제 막 든든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 일본은 스즈키 마사키가 이끄는 고음악 단체 '바흐 콜레기움 재팬(BCJ)'이 바흐 칸타타 전곡을 녹음하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4일 무대에서 하프시코드를 연주한 스즈키 마사토가 바로 그의 아들이다. 대를 이어가며 바로크 음악에 헌신할 만큼, 일본의 장인 문화는 음악 분야에서도 탄탄한 편이다. 고(古)음악만큼은 일본이 한국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점을, 반듯하면서도 치밀한 오보에와 빈틈없는 바이올린이 보여줬다.
하지만 이런 수준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국 간의 따뜻한 교류와 협력이었다. 14일 무대에서 하프시코드를 연주한 스즈키 마사토는 권민석의 리코더를 정갈하면서도 넉넉하게 받쳐줬다.
초반부 다소 거칠고 불안정했던 권민석의 호흡도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을 찾았다. 특히 퍼셀의 《요정 여왕》 가운데 〈새의 전주곡〉에서는 무대에 불을 꺼뜨린 뒤 하프시코드가 홀로 연주를 시작하는 가운데, 리코더 주자들이 서서히 객석 뒤편에서 걸어나오며 앙상블을 맞추는 설정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일 간 음악 교류 못지않게 국내 공연장(금호아트홀)과 연구소(한양대 음악 연구소) 간의 '콘텐츠 협력'이라는 점에서도 가치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