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공원으로 피크닉 가면 세계 최고 소프라노가 노래한다

  • 김기철 기자

입력 : 2008.08.16 02:40

英·美에선 무료 공연 많아

국민들의 소득 격차와 지역 격차를 뛰어넘어 문화·예술의 향유 기회를 최대화하는 데 성공적 사례를 보여주는 나라들은 한결같이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풍요를 동시에 맛보고 있다. 미국영국의 세계 최정상 연주단체의 야외 무료 공연과 뉴질랜드의 공원 콘서트 현장은 그런 성공 사례의 일부다.

공원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지난 6월 20일 저녁 뉴욕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Prospect) 공원. 청중들이 잔디 위에 담요를 깔고 피크닉 음식을 풀었다. 8시 정각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베르디의 '운명의 힘' 서곡으로 야외 콘서트의 막을 열었다. 이어 등장한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Gheorghiu)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Alagna) 부부는 베르디와 푸치니, 도니제티 등 오페라 아리아의 세계를 펼쳤다. 세계 정상급 가수의 공연에 빠져든 청중들은 앙코르를 외쳤고, 이들은 일곱 차례나 다시 무대에 섰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야외 공연을 찾은 사람이 5만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공연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매년 여름 '공원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 in the Park)라는 이름으로 펼치는 이벤트였다. 수준 높은 오페라를 보다 많은 대중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1967년부터 매년 여름 뉴욕 곳곳의 공원에서 오페라 공연을 진행해오고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도심 도메인 공원에서 여름마다 열리는 야외 콘서트. 시민들이 잔디밭에 눕거나 의자에 앉아 편안하게 공연을 즐기고 있다. /김기철 기자 kichul@chosun.com
셰익스피어 인 더 파크

맨해튼 한복판 센트럴파크에선 여름마다 뉴욕 퍼블릭 시어터가 주관하는 셰익스피어 공연과 뮤지컬을 공짜로 볼 수 있다. 지난 5월 말부터 이달 말까지 매일 저녁 8시면(일·월 제외) 센트럴파크에서 '햄릿'과 록뮤지컬 '헤어'(Hair)의 막이 오른다. 1954년부터 이어져온 '공원의 셰익스피어'(Shakespeare in the park) 프로그램은 매회 평균 1500명이 관람, 누적 관객 400만 명을 자랑하는 뉴욕의 대표적 문화 프로그램이다.

박물관 무료 개방

영국은 2001년 12월부터 모든 국립 박물관·미술관 입장료를 없앴다. 영국이 세계의 중심이던 18~20세기 전반 세계에서 수집한 진귀한 유물과 그림을 대중에게 개방한 것이다. 대영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가 무료로 개방해온 지는 오래됐다. 기획예산처 사회서비스향상기획단이 2006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물관·미술관 무료 입장을 시행한 이후 1년 만에 박물관 방문객 수가 66% 상승했다. 프랑스 박물관도 18세 이하 미성년자에게는 모든 상설 전시장을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오클랜드 도메인의 여름 콘서트

뉴질랜드 오클랜드 도심 공원 도메인에서는 매년 여름인 1~3월 '공원에서 음악을'(Music in Parks) 축제가 열린다. 잔디밭에서 재즈, 클래식, 대중음악 공연과 영화 감상회도 관람할 수 있다. 역시 무료다. 각기 준비한 의자에 앉거나 담요를 깔고 누워 피크닉 가방에 담아온 빵과 와인을 즐기는 가족, 연인들이 대부분이다. 선진사회에선 이처럼 빵뿐 아니라 대중에게 문화 향수 기회를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