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1위 올랐을때요? 젠장, 빨리 연습하자 그랬죠"

  • 한현우 기자

입력 : 2008.08.15 03:03 | 수정 : 2008.08.15 08:16

'데스 캡 포 큐티' 오늘 공연

데스 캡 포 큐티(Death Cab For Cutie)라는, 친숙해지기 어려운 이름의 이 미국 밴드는 지금 미국은 물론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팀이다. 지난 5월에 나온 이들의 근작 '내로우 스테어즈(Narrow Stairs)'는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고, 올해 여름 미국의 록 페스티벌들이 가장 원했던 밴드이기도 하다. 1967년 비틀스가 출연한 영화 '매지컬 미스터리(Magical Mystery)'에 등장한 곡명을 밴드 이름으로 삼은 이들이 15일 서태지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여는 ETP페스트 무대에 선다. 이들에 잇달아 서는 서태지와 마릴린 맨슨이 섭섭해할 지 모르겠으나, 4년 만에 열리는 ETP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최고의 팀이다. 이들 네 명 멤버 중 크리스 왈라(기타)와 닉 하머(베이스)를 13일 입국하자마자 만났다.

한국에 온 걸 환영합니다.

"아버지가 미군이었어요. 그래서 다섯 살 때쯤 한국에서 잠시 살았죠. 물론 기억은 거의 없지만."(닉)

―1998년에 처음 내놓았던 싱글 '유 캔 플레이 디즈 송스 위드 코즈(You Can Play These Songs With Chords)'를 카세트테이프로 발매한 이유가 있나요?

"그때 우리가 가진 돈이 230달러였어요. 그걸로는 CD를 낼 수 없었죠. 카세트테이프 100개를 찍을 수 있는 돈이었어요. 1달러에 6개짜리 라면을 사먹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현재 미국 최고의 인기 밴드‘데스 캡 포 큐티’멤버들. 리더인 벤 기바드는 “너무 지쳐서”인터뷰 자리에 나오지 못했다. 왼쪽부터 제이슨 맥거(드럼) 크리스 왈라(기타) 닉 하머(베이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미국 인디계에 있다가 2004년 메이저 레이블(애틀랜틱)로 옮기며 "CD에 찍히는 레이블 이름을 빼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죠. 되돌아보면 그 약속을 지켰나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시스템은 많이 바뀌었죠. 그렇지만 우린 인간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새 음반이 '커브 볼'이 될 거라고 예고했었는데, 4분 넘게 베이스만 계속 나오는 노래(아이 윌 포제스 유어 하트·I Will Possess Your Heart)나 한창 연주하다가 확 끊기는 노래(피티 앤 피어·Pity And Fear)를 뜻한 건가요.

"(웃음) 글쎄요. 어쨌든 가운데로 들어오는 강속구같은 앨범은 아닐 거란 얘기였죠. 이전 음반과는 완전히 다른 무엇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다는 건 어떤 것인가요.

"그건 다른 사람한테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우린 1위 소식을 듣고 만세를 부르지 않았어요. '이런 젠장, 우리가 1등이래. 빨리 연습하자' 이런 분위기였죠. 어머니에겐 굉장한 기쁨을 줬어요.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셨으니까요. 물론 1주일 밖에 지속되지 않았지만."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서태지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한국영화 팬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3부작을 모두 좋아하죠. 이렇게 먼 곳에 있는 팬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까 가슴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