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8.14 04:09
도쿄·오사카에서 '서머소닉 08'
록의 전설·유망주가 한무대에

콜드플레이, 알리시아 키스, 쿡스 등 현재 최고 인기를 누리는 밴드를 비롯, 펑크의 아버지인 섹스 피스톨스, 노이즈 록의 교두보적 존재인 지저스 앤 메리 체인, 80년대 뉴웨이브 수퍼스타인 데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MGMT, 팅팅스, 저스티스 같은 '새로 뜨는 스타'들도 총출동했다. 후지 록 페스티벌과 함께 일본 양대 페스티벌로 꼽히는 서머소닉은 올해 상대적으로 출연진이 '약했던' 후지 록을 누르고 아시아 최고의 페스티벌로 떠올랐다.
마린 스테이지, 마운틴 스테이지, 소닉 스테이지 등 6개의 무대는 각각 뚜렷한 콘셉으로 출연진을 구성했다. 이것은 20세기 중반 로큰롤이 태동한 이래 록 음악의 거대한 흐름을 한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연대기적 구성'이었다. 1970년대 섹스 피스톨스부터 현재의 콜드플레이까지, 영국 록의 계보를 총정리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그린데이를 헤드라이너로 앞세워 출발한 서머소닉은 라인업으로만 보자면 영국 글래스톤베리나 벨기에의 록 워히터 등 서구 페스티벌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 꿈의 무대가 가능했던 것은 주최측의 열정과 선견지명 덕이다. 올해 서머소닉의 대미를 장식한 콜드플레이가 무대에 서기 전, 마린 스타디움 대형 스크린에는 "2000년 데뷔해 갓 성공을 거둘 무렵 제1회 서머소닉의 작은 무대에 섰던 그들이 이제 세계적 밴드가 되어 다시 서머소닉을 찾았다"는 자막이 등장했다. 서양의 차세대 유망주를 발굴해 초대하고, 긴밀한 관계를 지속하는 배려가 오늘의 서머소닉을 만든 것이다.
이런 성원에 보답하듯 콜드플레이는 팬들에게 일본어로 말하며 공연 막바지엔 알리시아 키스를 불러내 함께 노래하는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얌전하기로 이름난 일본 관객들조차 콜드플레이 앞에서는 괴성을 지르고 점프를 하며 열광했다. 한편 '로큰롤 에티켓'을 지킨다는 의미로 프로디지 대신 선택한 섹스 피스톨스 무대는 펑크 민속촌에서 전통혼례를 보는 느낌이었고 관객 호응도 적었다.
출연진이 토·일요일 그룹으로 각각 나뉘어 도쿄와 오사카를 오가는 방식의 서머소닉은 내년부터 한국에서 하루 일정을 추가키로 협의가 진행 중이다. 비록 시장 규모는 일본보다 너무나 작지만, 우리 관객의 폭발적 열정은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꿈의 라인업과 꿈의 관객의 만남! 이 실험이 어떤 화학반응을 나타낼 지, 내년 한국에서 반드시 확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