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에서 정상의 지휘자로

  • 성남아트센터
  • 글=이종선(음악 칼럼니스트)
  • 사진=크레디아 제공

입력 : 2008.08.13 12:11

대표적인 지한파 아티스트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오랜만에 우리나라를 찾는다.

오는 8월 27일 아쉬케나지가 이끄는 유럽연합 유스 오케스트라(이하 EUYO)가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IMF의 여파로 온 나라가 힘들어했던 지난 1998년, 아쉬케나지는 자신의 개런티를 파격적으로 낮추면서까지 자칫 무산될 뻔했었던 내한공연 약속을 지킴으로써 이 땅의 애호가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바 있다.

쇼팽 콩쿠르의 2등(195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1956년), 그리고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공동우승(1962년)을 하면서 화려하게 음악계에 모습을 드러내었던 아쉬케나지는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의 한 사람으로 군림했다.

197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지휘 쪽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1981년 필하모니아의 수석객원지휘자를 시작으로 정상급 악단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지휘자로서도 정상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로얄 필하모닉, RSO 베를린, 체코 필, NHK 심포니 등을 차례로 이끌었으며, 2009년부터는 시드니 심포니의 상임지휘자 겸 예술고문을 맡아 지휘자로서의 캐리어를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또한 그는 2000년부터 EUYO의 음악감독으로서 젊은 음악도들과 호흡을 함께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문화적 이상과 젊은 연주자들의 체계적인 양성을 목적으로 1978년에 창립된 이 특별한 악단은 아바도, 하이팅크, 아쉬케나지 등의 위대한 거장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지금은 웬만한 기성악단을 능가하는 걸출한 합주력을 갖춘 오케스트라로 급성장했다.

수십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 젊은 단원들은 그동안 유럽연합의 문화사절로서 세계 각지를 두루 순회하면서 자신들의 싱그러운 재능을 맘껏 과시해왔었다. 이번 내한 콘서트는 EUYO의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자리이기도 한데, 음악감독인 아쉬케나지의 모국인 러시아의 로맨틱 레퍼토리들로 알차게 채워질 예정이다.

라흐마니노프의 로맨틱 성악소품인 ‘보칼리제’의 관현악편곡과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 그리고 이국적인 정취와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가 예정되어있다.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에서는 한국이 자랑하는 신세대 연주자 임동혁이 독주를 맡아서 젊음의 향연을 펼칠 예정이다. 최근 골드베르크변주곡 음반을 출시하면서 보다 깊이 있는 연주자로 성장한 임동혁이 한때 동독 최고의 연주자로 손꼽혔던 아쉬케나지와 지휘 아래서 펼쳐나갈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 1번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 EUYO (협연: 임동혁)
일정 8월 27일 8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02-751-9606~10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