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8.09 04:41
《아시아프》 1부 전시
'까무러칠 듯한' 묘사력에 감탄
명랑, 깜찍 발랄한 작품 선보여
전시장을 들어서면, 그 널찍한 공간에 충천한 젊음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출품작은 열정만 앞세우고 뒷심이 못 따라주거나 야심에 비해 내실이 부족한 그런 작품이 아니다. '인내의 근력(筋力)'을 가지고 진득하니 작품을 잘도 다듬어냈다.
1부 전시(6~10일) "우리는 쿨하다"에는 일상의 모습을 실어낸 사실주의 계열과 감각적 접근이 두드러진 참신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그림에 포착된 이미지가 우리의 일상공간 및 삶의 모습과 닮아서인지 친근감을 더해준다. '비주얼 문화'에 익숙한 세대답게 색채와 이미지를 맛깔스럽게 버무리고 표면을 깔끔하게 매듭짓는 솜씨가 볼만하다. 게다가 스토리텔링 구조를 장착하여 감상자에게 자신의 얘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또 근래의 추이를 반영하듯이 포토 리얼리즘 경향도 자주 눈에 띈다. 유리컵, 케이크, 오토바이, 기계부품, 에스컬레이터, 하이힐, 도넛, 아이스크림, 각종 장신구 등이 실물처럼 재현된다. 완벽을 추구하는 빈틈없는 재현과 기계적인 전사(傳寫)로 사물의 표면만이 아니라 질감까지도 살려내고 있다. 평소 그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사람도 '까무러칠 듯한' 묘사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대중문화와 상품에서 모티브를 얻고 있다. 몇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이미지, 장난감, 인형, 잡다한 물건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팝 문화의 아이콘 혹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기물이나 상품들을 스스럼없이 시각화한다. 그것들을 명랑, 깜찍 발랄하며 재치 있게 형용한다.
작은 것들에 시선을 멈추는 것도 흥미롭다. 그냥 지나칠 법한 한적한 '뜨락', 주름진 천, 요염한 꽃의 자태 등에 눈길을 준다.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험하고 느끼는 지평 위에 자신의 작업세계를 올려놓고 있는 셈이다. 그로 인해 되살아난 이미지들이 화면 안에서 방긋 웃는 것 같다.
《아시아프》는 전시회 외에도 알찬 프로그램을 함께 편다. 아트 매니저 프로그램, 다채로운 미술 강의, 어린이 그림교실, 실비의 작품판매 등. 차세대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하고 그들 세대의 독특성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희망이 성공에 선행하듯, 탄탄한 준비는 축복된 내일을 기약한다. 이번 축제를 통해 '제2의 김환기'와 '제2의 박수근'이 속속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