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8.11 02:57
작가, 관람객, 학생봉사자 환호 속 1부 마감
5일 동안 2만 2927명 관람 2부 '우리는 핫하다' 13일 개막
◆관객들 "신선한 그림 이렇게 많다니…2부도 꼭 보겠다"
관람객은 ▲전시의 수준과 규모 ▲그 동안 사용하지 않던 서울역 구역사에 초대형 전시를 기획한 '역발상' ▲저렴한 작품가격과 입장료 등에 두루 흡족해했다. 생후 18개월 아들을 데려온 박락준(39)·이서성(39)씨 부부는 "평소 기성 작가들 전시회에 자주 가는 편"이라며 "앞선 세대와는 시선도, 기법도 사뭇 다른 젊은이들의 그림이 더욱 신선하고 충격적"이라고 했다.
아빠를 따라온 박선영(10·수원 효동초 5년)양은 "색색의 그림이 나를 향해 우르르 달려오는 느낌"이라며 "여기 걸린 언니·오빠들 그림을 보니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고 했다.
박영치(64·서울 가양동)·이춘옥(55)씨 부부는 "입장료가 공짜나 다름없는데다 톡톡 튀는 그림이 많아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며 "부부가 오붓하게 예술여행을 즐기고 간다"고 했다.
조은숙(71·서울 방학동)씨는 "젊은이들 작품 위에 오래된 샹들리에가 걸려있는 풍경이 그 자체로 예술"이라고 했고, 박병욱(70·서울 방학동)씨는 "아직 안 다녀간 동네 친구들에게 '2부는 꼭 보러 가라'고 해야겠다"며 전시장을 떠났다.
◆관람평 블로그 230개… 사이버 열기도
관람객들이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에 자발적으로 관람평을 띄우면서 《아시아프》 열기가 사이버 공간으로 번지고 있다.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230여 개 블로그에 자발적인 관람평과 전시장 사진, 관련 기사 스크랩이 뜨고 그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
한 블로거(아이디 '패랭이꽃')는 "아기를 안고 도느라 힘든 여정이었지만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 관람이 즐겁고 재밌었다"며 "저렴한 입장료에 비해 신인 작가들의 신선함에 놀랐다"고 썼다. 또 다른 블로거(아이디 '아이씨')는 "거의 3시간을 둘러봤더니 다리가 장난 아니게 쑤신다"며 "마음에 드는 작품의 작가 이름을 적어왔는데, 나중에 이분들 개인전이 열리면 보러 가야지"라고 했다. 전시장 사진 40여 점을 띄운 뒤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좋다" "2부에도 꼭 가겠다"고 쓴 열성 블로거(아이디 '프라우다')도 있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을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아이디 '들녘바람')는 반응도 나왔다.
◆작가들 "평생 그림 그릴 자신감 얻어"
'아티스트' 명찰을 단 참가작가들이 상기된 얼굴로 전시장을 오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아시아프》에 참가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한 긍지"라고 했다.
야은(26·덕성여대 대학원 2년)씨는 대학 졸업 후 잠시 디자이너로 취직했다가, 그림 그리는 기쁨을 잊지 못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개인전·그룹전 경력이 없는 야씨는 데뷔 무대인 《아시아프》에 동양화 3점을 출품해 2점을 판매했다. 그녀는 "작가로 살겠다고 결심한 뒤에도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면서 나 혼자 작가라고 내세워봤자 진짜 작가가 맞나?' 수없이 고민했다"며 "그림을 팔아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음 작품을 그릴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정진휘(24·한남대 대학원 1년)씨는 6점을 출품해서 4점을 판매했다. 그는 "내가 과연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는데, '작가로 살 수 있다'는 자신을 얻었다"고 했다.
조영표(26·충남대 4년)씨는 "일곱 점을 출품해서 아직 한 점도 안 팔렸지만 학교에서 하나도 배울 수 없는 산 지식을 얻었기 때문에 아쉽지 않다"고 했다. "내 작품을 다른 작가들 작품과 견줘보면서 많이 배웠고, 관람객이 내 그림을 쉽게 이해하려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수아(26·오클랜드공대 졸)씨도 "내 작품은 아직 안 팔렸지만, 그런 것과 무관하게 여기 내 작품을 걸었다는 사실, 관람객들이 이렇게 많이 왔다는 사실 그 자체가 너무 좋고 힘이 된다"고 했다.
축제 기간 중 무보수로 일하며 전시 실무를 배우는 '샘'(학생아트매니저)들도 "평생 잊지 못할 보람찬 경험"이라고 했다. 추혜령(18·단국대 1년)씨는 "직접 작가와 교감하면서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내가 설명한 작품에 대해 애착이 생긴다"고 했다. 신동민(24·중앙대 4년)씨는 "전시장 한 편에 누군가가 유모차를 세워두자 다른 관람객들이 '설치미술'인 줄 알고 카메라를 들이대는가 하면, '이건 무슨 뜻이냐'고 샘에게 진지하게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동진(24·영남대 4년)씨는 "일반인 관람객들과 현대미술의 거리가 한 걸음 좁혀지는 현장을 내 눈으로 생생하게 목격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