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에 '여름한파'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8.07 03:18

공연취소 인수합병·폐업루머까지…
고물가·유가·환율에 장기불황 우려

공연 취소와 인수 합병설(說), 폐업 루머까지…. 공연계가 때아닌 '여름 한파(寒波)'에 시달리고 있다. 고유가·고환율·경기 침체의 삼중고가 겹치면서 관객인 소비자들이 허리를 바짝 졸라맨 탓이다. 일부 공연이 취소된 것 외에는 소문 수준이지만, 불경기가 지속될 경우에는 공연계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오는 10월 1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영국의 명문 고(古)음악 단체 '아카데미 오브 에이션트 뮤직(Academy of Ancient Music)'의 내한 공연이 최근 취소됐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공연할 예정이어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해외 유수의 고음악 공연을 의욕적으로 유치하던 국내 기획사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취소한 것이다.

오는 27일 유럽연합 청소년 오케스트라(EUYO)를 시작으로 ▲9월 9~10일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 ▲10월 10~11일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 ▲10월 18~19일 LA 필하모닉 ▲11월 12~13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11월 20~21일 베를린 필하모닉 등 하반기에도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줄줄이 잡혀있지만, 일부 주최 측에서는 벌써부터 울상을 짓고 있다.

최대 100여 명까지 이동하는 오케스트라 공연 특성상, 유가 상승이 곧바로 항공 비용과 화물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데다 환율 상승으로 원화로 지급해야 하는 개런티 부담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1~2년 전 원가 계산을 했을 때보다 지출 부담이 늘어나 "어떤 공연은 표를 매진시켜도 3억 가까이 적자를 볼 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공연 기획사들 사이에 인수 합병이나 폐업설도 나돈다. 올해 창립 10년을 맞은 중견 공연 기획사가 또 다른 대형 기획사와 합병을 추진 중이라거나, 한 고음악 전문 기획사는 올해 말까지 자금 사정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을 경우에 문을 닫을 예정이라는 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거꾸로 국내 공연 업계의 상황을 문의하기도 한다.

'IMF 경제 위기' 이후 차츰 회복세에 있던 공연 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반대로 해외 수입물의 비중이 높은 국내 공연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씨는 "위기일수록 오히려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국내의 젊고 잠재력 있는 연주자와 단체를 발굴하고 상품화하는 기획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