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 한국 미술계는 '신(新)인류'를 맞이하라

  • 김수혜 기자
  • 김경은 기자

입력 : 2008.08.05 03:06

1부 전시장 둘러보니
음식·하늘·거리… 다양한 소재
흥분하지 않고 세련되게 표현
"이토록 다채로운 세대는 처음"

배상욱씨의 유화 <결심>
올 여름, 서늘한 그림과 뜨거운 그림이 번갈아 관객들을 들뜨게 한다. 6일 서울역 구역사(舊驛舍)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프》(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는 1부(6~10일)와 2부(13~17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 중 1부는 '우리는 쿨하다(We Are Cool)'는 문장으로 압축된다. 이는 "탄탄한 기본기와 서늘한 세련미를 갖춘 작품 위주로 구성했다"는 뜻이다. 관객들이 그림을 보면서 각자 '내면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한 것이 1부의 묘미다. 우선 메인 전시실에는 일상의 세세한 면모를 가까이서 찬찬히 들여다보는 듯한 작품이 걸렸다. 엷은 햇빛이 고인 고요한 침실, 화분이 놓인 호젓한 창가, 낮잠 자는 주인을 바라보는 검은 개, 사람은 간데 없고 메모지 한 장만 붙어 있는 벽면 등을 다룬 작품이 관객의 눈길을 끈다.
정우재씨의 유화 <거울_1>
다음 전시실로 발길을 옮기면, 작품의 소재가 음식, 하늘, 거리, 도시 등으로 확대된다. 사실주의적 기법을 완숙하게 구사하는 작품이 많다. 금속 그릇에 담긴 과일을 그린 그림에선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질 듯 하고, 하늘을 그린 그림 앞에 서면 머리칼이 한들한들 나부끼는 듯한 느낌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해외작품 전시실이 나온다. 이 방은 지난 세기 초에 조선 갑부들이 정찬을 즐기던 양식당 자리다. 고풍스런 샹들리에 아래서, 낯선 듯 친숙한 아시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인도 작가들의 강렬한 색채 감각과 일본 작품의 섬세한 디테일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해외작품을 보면서 한숨 돌리고 나면, 전시가 더욱 다채로워진다. 이어지는 전시실에서 참가작가들은 관능, 환상, 기억 등 삶의 다양한 국면을 차례로 다룬다. 무엇을 다루건,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주제에 압도당하는 법 없이 매끈하고 능숙하게 캔버스를 채운다는 점이 놀랍다. 가령 붉은 입술을 커다랗게 확대한 그림은 관객을 향해 "우후―" 하고 숨결을 내뿜는 듯 하다. 푸른 하늘 아래 흰 옷 입은 소녀가 서 있는 그림에서는 순수한 감성이 묻어난다.
조현주씨의 유화 <말하다-2>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 이번에는 다양한 기법의 인물화·풍경화·정물화가 줄줄이 걸린 기다란 회랑이 나온다. 이곳을 거니는 관객은 저도 모르게 "한국 현대미술에서 이만큼 다채로운 세대가 또 있었던가" 하고 경탄할 것이다. 젊은 작가들이 특정한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세계와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부를 즐겁게 본 관객이라면, 다가오는 2부가 사뭇 기다려질 것 같다. 2부는 '우리는 핫하다(We Are Hot)'는 문장으로 압축된다. 1부 작가들이 차가운 미인이라면, 2부 작가들은 뜨거운 미인들이다. 그들은 과연 더 아름다울까, 덜 아름다울까?

유둘씨의 수묵채색화 <신호등>
황선희씨의 사진 <드림 시리즈 #2>
김윤섭씨의 유화 <꿈꾸던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