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8.02 02:53 | 수정 : 2008.08.02 20:41
평균 나이 22.5세 실내악단 '노부스 콰르텟'
클래식 좀 듣는다는 사람들도 "현악 4중주는 어려워서…"라고들 한다. 연주자가 작품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기도 쉽지 않다. 특별한 반주 악기의 도움 없이 4대의 현악기들로만 노래하며 균형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현악 4중주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 원숙한 표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그리 흔치 않았다.
"끝나고 다들 탈진했었어요. 개인 연주들이 겹친 데다 콩쿠르 도전, 첫 단독 연주회까지 계속 긴장해야 했거든요. 드디어 한 시즌이 끝났구나 싶었죠."
28일 예술의 전당 앞 카페에서 만난 멤버들은 "공연 어떻게 보셨느냐"며 감상 소감부터 물었다. '새로운 4중주'라는 뜻인 노부스 콰르텟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인 현악 연주자 4명이 지난해 5월 결성했다. 제1바이올린 김재영(23), 제2바이올린 김영욱(19), 비올라 노현석(28), 첼로 문웅휘(20). 멤버 개개인 모두 국내외 음악 콩쿠르를 휩쓸며 주목받아온 차세대 연주자들이다.
독주자 성공신화에 열광해온 우리 음악계에서 이들의 출현은 특별하다. 실내악에 있어서 한국은 불모지와 다름없고, 20대때부터 현악 4중주에 집중해온 연주자들도 거의 없었다. 독주자로서의 성공을 꿈꾸기에도 벅찬 나이에 어떻게 현악 4중주단을 만들게 됐을까. 리더 김재영은 "저희가 워낙 실내악을 좋아해요. 각자 솔리스트로서 욕심도 많은데, 모여서 실내악을 하면 더 배울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 뭉쳤어요"라고 했다.
지난 5월 이들은 일본 오사카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다. 한국 실내악단이 외국 콩쿠르에서 입상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 멤버들은 "총 3회의 라운드로 치러졌는데, 우리를 괴롭힌 건 2차 지정곡이었던 베르크의 '서정 모음곡'"이라고 했다.
"리듬, 박자, 음정…. 어디 하나 편한 구석이 없는 곡이에요." (문웅휘)
"붙잡고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더 힘들었어요. 2차 전날 애들 저녁 먹으러 보내고 혼자 울면서 벽 보고 연습했다니까요." (노현석)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았다. 이들은 "심사위원들이 베르크는 우리가 제일 잘했다고 하더라"며 "연주 끝나고 나오자마자 넷이 부둥켜 안고 '해냈다!'고 소리쳤다"고 했다.
연습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을까. "전에 제가 했던 실내악단에선 서로 악보를 찢으면서 싸웠어요. 그런 어려움을 알고 시작한 거라 처음부터 '우리 자존심 다 버리고 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죠. 크게 싸운 적은 없는데, 기 싸움은 좀 있어요. 연습하다가 누가 음정이 안 맞으면 분위기 싸~해지죠." (김재영)
첫 연주회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해달라고 했다. 지금껏 형들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김영욱이 입을 열었다. "절대 만족 못 하죠. 스스로 만족하는 연주는 없어요." 김재영은 "현악 4중주에선 혼자 멜로디를 끌고 가는 제1바이올린보다 내성을 맡는 제2바이올린의 역할이 중요한데, 영욱이가 탄탄하게 채워줬다"고 치켜세웠다.
각자 노부스 콰르텟에 거는 기대도 크다. 김재영은 "곧 독일로 유학 가지만, 한국에 왔다갔다하면서 연주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주로 현대곡들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웅휘는 바르토크 현악 4중주 전6곡을 연주하는 게 꿈이고, 저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곡을 발굴해서 알리고 싶어요.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가 만든 현악 4중주곡이 있다는 거 아세요? 그 곡이 정말 아름답거든요."
이들은 "관객뿐 아니라 어떤 음악인이 봐도 부끄럽지 않게, 음악으로 먼저 평가받고 싶다"며 "아직 검증되지 않은 연주자들을 언론에서 억지로 띄우는 건 싫다. 우리의 실력에 맞게 사람들의 평가도 한 단계씩 맞춰서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