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7.23 09:57
휴대전화 하나에도 디지털 카메라, MP3, 전자사전, TV 등 다양한 기능이 완벽하게 탑재되어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요즘, 문화와 예술을 제공하고 향유하는 공간들도 저마다 다양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결합시키는 양상을 보여 준다.
먼저 해외 명품 브랜드와 뷰티 숍이 즐비한 청담동과 신사동 부근은 멀티플렉스 형태의 예술 공간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들은 독특한 콘셉트의 편집 매장이나 갤러리와 카페를 접목시키는 방법을 택해 하나의 장소에서 패션·음식·뷰티·디자인·리빙 등을 골고루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이사항은 상업적인 코드와 문화적인 요소가 절묘한 접점을 이루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를 하는 순간에도 단순히 물질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고차원적인 문화까지 얻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대표적인 곳은 10 꼬르소 꼬모 서울,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네이처포엠 등. 이에 비해 홍익대학교 부근의 복합문화공간들은 대체적으로 ‘대안 공간’을 지향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자본 중심의 주류 문화가 아닌 새로운 예술에 대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KT&G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 헛(HUT), 대안공간 루프, 대안공간 미끌, 대안공간 도어 등이다. 이들은 실험적인 문화와 예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아티스트와 대중들을 연결하거나, 단체전시나 아트마켓 등을 지속적으로 유치하여 아티스트 간의 활발한 교류도 유도하고 있다.
홍대 부근의 대안공간들은 기성 문화에 대한 단순한 거부나 반발이 아닌, 새로운 흐름으로 정착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마지막으로 헤이리와 올림픽공원 내의 소마 미술관처럼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친환경 예술공간도 있다. 이곳은 자연친화적인 공간 활용을 통해 각박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예술을 접함으로써 일상에서의 가벼운 일탈을 유도한다. 또한 넓은 대지 위에 조성된 공간이기에 야외의 조경이나 스카이라인, 건축물의 디자인에도 예술적인 요소를 첨가하여 볼거리를 더하고 있으며, 공간 자체가 휴식이나 친목의 장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다양한 기능들이 독특하게 융합되어 새로운 개념으로 탈바꿈한 복합문화공간. 이들이 본격적으로 운영된 시점이 대부분 1~5년 남짓이기에 앞으로 어떠한 트렌드를 창조하고 문화 지형을 바꾸어 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주 5일제 정착과 더불어 삶의 향기와 온기를 더하고자 하는 이들이 점진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줄기차게 논의되어온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솔루션으로 자리 잡는 날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빌딩 하나로 미술관 투어_네이처포엠과 오페라 갤러리
청담동에 불고 있는 갤러리 열풍의 랜드마크인 네이처포엠. 층별로 다양한 갤러리들이 입주해 있는 미술 빌딩의 상징은 건물 1층에 자리한 오페라 갤러리이다. 이곳은 내부의 전시 작품을 바깥에서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거대한 통유리로 벽면을 만든 것이 큰 특징이다. 싱가포르·파리·뉴욕·마이애미·홍콩·런던·베네치아에 이어 8번째 지점인 오페라 갤러리는 국제적인 네트워킹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전속작가의 작품을 세계적으로 순회전시하고, 컬렉터의 요청에 의해 뉴욕 지점의 작품도 국내에서 충분히 구입이 가능하다. 더불어 오페라 갤러리에서만 볼 수 있는 ‘블랙룸’이라는 공간에서는 미술투자와 관련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강남구 청담동, 02.3446.0070
독특한 융합_10 꼬르소 꼬모 서울(10 Corso Como Seoul)
보그 이탈리아의 패션 에디터였던 까를라 소짜니가 ‘살아있는 잡지’라는 콘셉트로 1990년 밀라노에 설립한 10 꼬르소 꼬모가 지난 3월 서울에 문을 열었다. 해외매장으로써는 청담동이 첫 사례. 10 꼬르소 꼬모 서울은 갤러리·북 스토어·패션 매장·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의상이나 희귀한 도서와 음반도 만날 수 있으며 ‘슬로우 쇼핑’을 지향하는 패션과 예술의 복합공간이다. 최근엔 아르네 야콥슨이 탄생시킨 에그 체어의 50주년을 기념하며 이스라엘 출신의 아티스트 Tal R이 패치워크를 통해 재해석한 에그 체어 50점도 전시 중(6.19-7.27)이니 놓치지 말기를. 강남구 청담동, 02.3018.1010
상상하는 대로 이루다_ KT&G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
상상마당은 아티스트에게는 창작 활동의 장을, 대중에게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KT&G가 마련한 문화공간이다. 본래 ‘온라인 상상마당’에서 시작했으나 활동범위를 넓히기 위해 작년 9월 7일 개관했다. 이곳의 모토는 예술적 상상을 키우고, 세상과 만나고, 함께 나누고, 행복을 추구하자는 것. 지하 4층, 지상 7층으로 구성된 건물 안에는 영화관·라이브 홀·갤러리·스튜디오·카페 등이 있으며 분야별 전문가가 상주하여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매달 특색 있는 문화 이벤트와 교육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운영하고 있어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이다.
마포구 서교동, 02.330.6220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파리·LA·뉴욕·도쿄에 이은 에르메스의 다섯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인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지하 4층, 지상 6층 규모의 건물로 의류와 액세서리 매장을 비롯해 에르메스의 역사를 보여주는 ‘프로므나드 박물관’, 현대미술 전용공간인 ‘아뜰리에 에르메스’, ‘마당’이라는 북 카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엔 <네비아>의 쇼케이스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 02.544.7722
문화 유토피아를 꿈꾸다_예술마을 헤이리
경기도 파주지역에 전해져오는 전통 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온 헤이리는 문화예술의 생산, 전시, 판매, 거주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특수한 공동체 마을이다. 현재 15만평의 대지에 작업실·갤러리·집·각종 문화예술 공간이 들어서 있으며, 헤이리 회원은 건축가·작가·미술가·음악가 등 다양한 분야의 370명에 이른다. 문화예술마을이라는 순수한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매달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입주자를 선별하며, 모든 건축은 3층 이하로 제한해 기존 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031.946.8551
여성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다_Space C
코리아나 화장품이 창립 15주년을 기념하며 설립한 여성들의 문화공간. 옛 여인들의 생활 문화나 화장 문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록한 화장박물관을 비롯해 미술관도 운영하고 있으며, 1층에 마련된 ‘카페 스페이스 C’에서는 최정화 작가가 디자인하고 연출한 독특한 생활 소품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강남구 신사동, 02.547.9177
움막에 펼쳐지는 자유로운 예술_헛(HUT)
2층짜리 양옥집을 개조해 만든 문화공간 헛. 오두막, 움막을 뜻하는 헛은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에서 전시·공연·영상·스터디·각종 모임을 접하며 예술가와 대중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궁극적인 취지. 또한 매달 독특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판판리일장’과 같은 아트마켓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활발한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마포구 서교동, 02.6401.3613
예술과 자연의 숲을 거닐다_소마 미술관
2006년 서울올림픽미술관에서 소마 미술관(SOMA)으로 새롭게 출발한 이곳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43만여 평의 올림픽공원 안에 위치해 있으며 특수한 자연적 환경으로 각광받고 있다. 2006년 11월, 국내 최초의 드로잉센터를 설립하여 창작 지원 및 상설 전시를 하고 있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미술 아카데미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 02.410.1066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