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7.18 09:50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이하 ABT)와 케빈 맥킨지(Kevin Mckenzie) 예술감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니 감회가 새롭다. ABT는 필자에게 있어 어린 시절의 추억, 고향과 같은 발레단으로 10대 후반 무렵 항상 발레연습이 끝나면 발레복이 가득한 커다란 가방을 메고 ABT의 주무대인 뉴욕의 링컨센터 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 공연을 보러가곤 했다. 그때에는 입석(Standing Ticket)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항상 객석 맨 뒤에 서서 선망의 대상인 발레리나들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ABT는 1939년 창단된 명실공히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크고 오래된 발레단으로 지난 세기 동안 세계 발레계를 선도해 온 발레단이다. 약 7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리버 스미스(Oliver Smith)와 루치아 체이스(Lucia Chase) 시대에는 고전발레 레퍼토리를 발전시키고 젊은 안무가의 창작을 독려하였으며, 안토니 튜더(Antony Tudor),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 아녜스 드 밀(Agnes de Mille),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 등과 같은 20세기의 천재적인 안무자들과 작업하며 21세기를 대표하는 클래식 발레 컴퍼니로 확고히 자리매김하였다.
내가 한참 공연을 봤던 1980년대 초반의 ABT는 루돌프 누례예프(Rudolf Nureyev)와 함께 21세기 남성발레를 대표하는 무용수였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Mikhail Baryshnikov) 예술감독으로 재임중이던 시기였다. 바리시니코프는 고전발레 공연과 함께 현대적인 작품들도 많이 도입하여 클래식 발레에 현대성을 부여했으며, "백야", "지젤" 등의 발레 영화를 촬영하며 발레 대중화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특히, 그의 재임 이전에는 나탈리아 마카로바(Natalia Makarova), 카를라 프라치(Carla Fracci)등 객원 발레리나들이 많이 공연을 했던데 비해 바리시니코프는 미국 출신의 발레스타를 많이 발굴 했는데 대표적으로 줄리 켄트(Julie Kent), 아만다 맥케로우(Amanda Mckerrow), 신시아 하비(Cynthia Harvey), 수잔 제프(Susan Jaffe) 등을 꼽을 수 있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Mikhail Baryshnikov) 이후 1992년부터는 지금의 예술감독인 케빈 맥킨지(Kevin Mckenzie)가 ABT를 이끌고 있다. 그는 ABT의 레퍼토리를 보다 미국적으로 넓히는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세계 각국을 다니며 적극적으로 투어를 하면서 수준 높은 미국 발레를 전 세계에 소개해 왔다.
뉴욕시티 발레단(New York City Ballet)이나 다른 발레단들이 그들만의 특유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듯이 ABT 역시 다양한 안무와 춤, 세계적인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고 수많은 스타가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이름난 무용수들이라면 한 번쯤 ABT에서 스타가 되는 것을 꿈 꿀 만큼, 남성무용수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ABT가 자랑하는 발레스타는 줄리 켄트(Julie Kent), 팔로마 헤레라(Paloma Herrera), 호세 마누엘 카레노(Jose Manuel Carreno), 앙헬 코레야(Angel Corella)등 수많은 스타 군단이 포진되어 있다. 그들 중 수석무용수인 미셸 와일즈(Michele Wiles)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자매기관인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 출신으로 그녀가 10살이던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했다. ABT를 대표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발레리나인 미셸 와일즈는 8월3일 <돈키호테> 에서 ‘키트리’로 관객 여러분께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미셸 와일즈 외에도 솔리스트 사샤 라데츠키(Sascha Radetsky)를 비롯하여 군무(코르드 발레)인 마리아 비스트로바(Maria Bystrova), 멜라니 햄릭(Melanie Hamrick), 카렌 어포프(Karen Uphoff), 제시카 사운드(Jessica Saund), 안 은영, 서 희가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 출신의 무용수들이다. 특히, 안은영 양은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다가 2007년 ABT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 서 희 양도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에서 수학 후 스위스 로잔 콩쿠르(Prix de Lausanne) 최우수상 수상 및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outh America Grand Prix)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ABT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필자의 자랑스러운 후배이자 제자들로서 이번 공연에서 두루 활약을 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필자와 ABT의 깊은 인연을 소개하자면, 1984년 유니버설발레단 창단공연인 <신데렐라> 공연 때 수석무용수 패트릭 비셀(Patrick Bissell이 파트너로 함께 했는데 그는 1986년 <코펠리아>까지 유니버설발레단의 많은 작품에 출연해주었다. 또한, 패트릭 비셀에 이어 1986년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공연에서 파트너를 해준 분이 바로 현 예술감독인 케빈 맥킨지 (Kevin Mckenzie), 어머니 역을 맡아준 분이 현 지도위원인 조지나 파킨슨(Georgina Parkinson)이다. 이런 분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내 개인과 유니버설발레단에게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케빈 맥킨지(Kevin Mckenzie)와는 <심청>이후 1997년 <라 실피드> 공연과 아시안 투어를 다니며 공연을 함께 했다. 그는 굉장히 배려심이 많고 파트너를 편하게 리드하며 항상 웃음짓게 해주었는데, 본인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이 들려주며 연습과 공연을 유쾌하게 리드했다. 그 당시 이미 유명한 무용수였는데도 불구하고 스타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무용뿐만 아니라 인간미도 너무나 훌륭한 무용수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예술감독으로서 ABT를 이렇게 훌륭하게 이끌고 계시니 새삼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 글을 쓰면서 과거로 추억 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렸을 때 ABT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며, 케빈 맥킨지(Kevin Mckenzie)와 파드되를 추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게 된다. 이번 내한공연은 이미 12년만의 국내 공연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수 많은 스타 군단과 나와 인연이 깊은 예술감독 케빈 맥킨지(Kevin Mckenzie), 많은 무용수들로 인해 더욱 더 뜻 깊은 공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