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7.16 09:13
'돈키호테' & '에튜드' & '래빗과 로저'
미국 현대발레를 대표하는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이하 ABT)가 오는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 공연을 한다.
관전 포인트 네 가지
이번 무대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은 팔로마 헤레라, 앙헬 코레야, 호세 카레뇨 같은 21세기 최고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등장하는 화려한 무대를 꼽을 수 있다. 둘째는 ABT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은 <돈키호테>. 바리시니코프가 완성시킨 <돈키호테>를 케빈 매킨지와 수전 제프가 어떻게 변형시켰는지 궁금하다. 셋째는 세계 최정상 스타들이 4회의 공연에 교체 출연해, 네 편의 <돈키호테>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왈라 타프의 <래빗과 로저>가 국내 초연이라는 점이다.
ABT 소속 단원으로 제2의 강수진을 꿈꾸는 서희는 최근 세계적인 무용 저널인 <댄스 매거진(Dance Magazine)>에 ‘올해의 주목받는 무용수’로 소개되었다. 이 잡지는 서희의 공연 사진과 함께 서희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서희는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뉴욕시티 발레는 발란신 발레만 하지만 ABT는 세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공연은 대부분 무대에 올린다. 고전에서 현대까지 다양하게 춤을 출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서희는 얼마 전 허리를 다쳐 이번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고 한다.
1996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는 ABT는 1939년 창립된 이후 미국 현대발레를 이끌어왔다. 2006년 미 의회로부터 국립 발레단으로 정식 인정을 받기까지 미국 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발레를 끊임없이 선보여왔다. ABT는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왔다. 매년 뉴욕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봄 시즌을 열었는데, 발란신 스타일을 고집하는 뉴욕시티 발레단과 달리 ABT는 클래식은 클래식대로 소화하면서 현대 창작 발레를 병행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ABT는 세계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맨해튼을 넘어 전 세계 무용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사전에 프로그램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세 편의 작품이 올라가는데다 그때마다 주역이 바뀌기 때문이다. 첫날인 7월 31일에는 두 편의 작품이 동시에 오른다. <에튜드(Etudes)>와 국내에서 초연되는 <래빗과 로저(Rabbit & Rogue)>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8월 1일부터 3일까지는 <돈키호테> 전막을 볼 수 있다. 4일간 현대발레와 클래스룸(classroom) 발레 그리고 클래식 발레를 선보이는 것이다. 특히 <돈키호테>는 화려한 스타 시스템을 자랑이나 하듯 4회 공연이 매번 다른 캐스팅으로 교체 출연하기 때문에, 매일 공연장을 찾는다면 8명의 스타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관객에게 제공한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역할
<돈키호테>가 ‘역사상 최고의 <돈키호테>’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ABT에 예술감독으로 역임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역할이 컸다. 세르반테스의 원작을 발레화한 <돈키호테>는 클래식 발레의 풍성한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스페인의 정열을 담은 춤에다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마임을 곁들인 코믹 발레여서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발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주인공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식 장면 파드되는 전 세계 발레 갈라 공연의 피날레로 ‘고정’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해럴드 랜더의 <에튜드>는 그야말로 클래스룸 발레다. 몸 풀기와 스텝, 기본 동작 등 발레 수업과 리허설을 재현하면서 발레 문법 그 자체가 예술임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트왈라 타프의 <래빗과 로저>는 최근 뉴욕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작품명은 두 형제의 이름이다.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성격이 서로 다른 형제의 대립구도가 음악에 따라 춤 그 자체의 미학으로 묘사된다. 발레와 현대무용, 볼륨댄스 등이 어우러지는 현대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춤을 선보인다. 트왈라 타프는 발레의 팝아티스트로 불린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음악을 발레로 만들었는가 하면, 영화와 뮤지컬을 연출하기도 했다. <래빗과 로저>의 음악은 할리우드의 대표적 영화음악가 대니 엘프만이 담당했다. ABT의 내한 공연이 기다려진다. 국내 초연인 <래빗과 로저>의 파격적인 동시에 감각적인 춤도 기대되지만, <돈키호테>에서 어느 발레리나가 32회전 훼떼(한쪽 다리로 지탱하며 회전하는 동작)를 싱글이 아닌 더블, 트리플로 구사하며 기교미의 극치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흥분된다.
아메리칸 발레시어터(ABT) <돈키호테> <에튜드> <래빗과 로저>
일시 | 8월 1일~3일 금 8시 / 토 3시, 8시 / 일 4시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문의 | 02-399-1114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