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출연한 작품 본 후 오페라 연출가 꿈 키웠죠"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7.15 04:29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 이소영씨

모전여전(母傳女傳). 14일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에 임명된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46·사진)씨는 소프라노 황영금(77) 명예교수(연세대)의 딸이다. 황 교수는 '그리운 금강산' '비목' '님이 오시는지' 등의 가곡을 초연했으며, 1960년대부터 오페라 '아이다' '투란도트' 등의 주역으로 한국 초연 무대에 섰던 간판 소프라노다.

이소영 신임 감독 역시 지난 1997년 '결혼 청구서'(로시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오페라 40여 편을 무대에 올리며 '한국 여성 오페라 연출가 1호'로 불렸다.

"다섯 살 때쯤 객석에서 처음으로 어머니가 출연한 오페라 '춘향전'을 봤어요. 춘향이가 변 사또에게 매 맞는 장면을 보면서 차마 소리도 못 내고 눈물 흘렸던 게 기억에 남아요. 난생 처음으로 극에 몰입해본 거죠. 그 뒤 어머니를 쫓아다니며 공연을 보았고 무대와 그 뒤편의 세계에 대해 궁금증을 키웠어요."

그즈음 피아노를 시작했고, 예원학교에 들어간 뒤 소프라노로 노래를 시작했다. 서울예고 2학년 때 학교 행사로 공연된 뮤지컬 '가스펠'의 연출을 맡으면서 연출가의 꿈을 키웠다. 그는 "비밀이라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에 집에 돌아와서도 컴컴한 방에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듯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연극 연출을 전공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연세대 성악과에 들어갔다. 이 감독은 "입학 후에도 연세대 연극반 '극예술연구회'에 들어갔고 오현경 유덕형 같은 선배들이 공연 때마다 찾아와서 격려해주곤 했다. 사실 연출이라기보다는 주로 음악 담당이었지만…"이라고 말했다.

졸업 후에는 이탈리아로 건너가 실비오 다미코 국립연극학교와 에우로페아 공연 예술과에서 연출을 수학했다.

1998년 서울대 오페라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2003년 국립오페라단 상임연출가를 맡으며 국립오페라단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오페라 전문 연출가가 많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라 보엠' '마농 레스코' '토스카' '가면 무도회' '라 트라비아타' '돈 카를로' 등 대작들을 잇따라 무대에 올리며 '이소영표 오페라'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1998년 '라 보엠'은 당시 최다 유료 관객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