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7.11 10:33
오는 9월 국내 초연하는 뮤지컬 '재너두'에는 아이돌 스타 슈퍼 주니어의 강인과 김희철이 출연한다. 연예인들의 뮤지컬 진출은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현상이지만 '재너두'는 슈퍼주니어가 소속되어 있는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공연 제작사 SM아트컴퍼니를 설립하고 제작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모은다.
뮤지컬에 등장한 아이돌 스타
SM아트컴퍼니는 작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동키쇼'를 제작한 바 있다. 또한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했던 양현석이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가수인 빅뱅의 승리가 뮤지컬 '소나기'(서울시뮤지컬단 제작)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설앤컴퍼니와 협력 관계를 맺고 뮤지컬계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앤컴퍼니가 국내 공연권을 가지고 있는 '캣츠''오페라의 유령' 등에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인기 가수들이 출연할 날도 멀지 않았다.
뮤지컬계는 그동안 급작스런 시장 확대로 과도하게 많아진 뮤지컬을 소화할 배우들이 현저하게 부족해서 배우 수급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끼 있고 재능 있는 배우들을 확보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사가 뮤지컬에 참여하면 이러한 배우 갈증을 해갈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인기 연예인들이 뮤지컬에 참여하면서 그들을 따르는 팬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뮤지컬 관객으로 옮겨올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실제 빅뱅의 승리가 출연한 '소나기'는 공연 전에 승리 출연분의 티켓을 모두 파는 등 이들의 티켓 파워를 실감하게 했다.
엔터테인먼트사뿐만 아니라 인접 문화 산업에서 뮤지컬로 눈길을 돌리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영화사이다. CJ엔터테인먼트, 싸이더스FNH, 시네라인, KM컬처 등 많은 영화사들이 탄탄한 자본력과 마케팅력을 내세워 뮤지컬계에 진입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진출하면서 대중적으로 검증받고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콘텐츠를 다량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무비컬이 성행하는 상황에서 영화사들의 뮤지컬계 진출은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히트 창작 무비컬의 출현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영화사들조차도 창작 뮤지컬 개발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2003년 '캣츠' 빅탑 공연 제작 참여로 뮤지컬에 뛰어든 CJ엔터테인먼트는 순수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제작했지만 자사의 수많은 영화 콘텐츠들을 뮤지컬로 옮기는 작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영상 예술과 무대 예술의 매체 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영화사들이 독립적으로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지 못하고, 대부분 기존 공연 제작사와 함께 제작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싸이더스의 자본력과 콘텐츠와 악어컴퍼니의 제작력이 결합해서 '싱글즈'를 만들고, KM컬처가 쇼노트와 손을 잡고 '미녀는 괴로워'를 제작하는 식이다.
그러나 기존 뮤지컬 제작사 역시 뮤지컬 제작에 관한 충분한 노하우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라이선스 위주로 성장한 한국 뮤지컬의 창작 뮤지컬 제작력에 있어서는 이제 경쟁력을 갖춘 소극장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는 수준이다. 실제 문화산업으로서 수익 창출이 유리한 대형 뮤지컬의 경우 라이선스 뮤지컬과 경쟁할 만한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비록 좋은 콘텐츠들은 확보하였지만 그것이 제대로 발현되기까지는 좀 더 제작 경험이 쌓이고 창작 인력들이 양산되어야 한다.
뮤지컬 산업 발전의 기로
방송사의 뮤지컬계 진출도 자사의 콘텐츠를 원 소스로 삼아 새로운 콘텐츠를 양산한다는 측면에서 영화사와 비슷한 입장이다. 방송사의 경우 효과가 큰 광고 수단인 TV 스팟 광고를 유리한 시간대에 배치할 수 있고, 스크롤 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홍보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최근 MBC 프로덕션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MBC 프로덕션은 작년 자사의 대표적인 한류 드라마인 '대장금'을 PMC프로덕션과 공동으로 뮤지컬로 제작해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50억 원가량의 제작비를 들여가며 대형 제작을 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에 MBC 프로덕션은 이후 규모를 축소하고 내실 있는 제작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올해에는 뮤지컬해븐과 공동 제작으로 자체 제작한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각색하여 뮤지컬 '마이 스캐어리 걸'을 만들고 있다. '마이 스케어리 걸'은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 창작지원작 1위와 뉴욕 배링턴 스테이지 컴퍼니의 지원작으로 선정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안녕! 프란체스카'를 또 다른 뮤지컬 제작사와 올 하반기에 올리기 위해 공동 제작 중이다.
뮤지컬은 영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문화 산업이다. 국내 공연 시장은 산업화 초기 단계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가수 기획사와 영화사, 방송사들은 바로 이러한 국내 뮤지컬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뮤지컬계로 뛰어든다.
탄탄한 자본력과 새로운 관객층 유입, 검증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참여로 뮤지컬계는 산업화 초기 단계를 지나 다음 단계로 넘어설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재정 회계의 불투명성, 체계성이 떨어지는 마케팅 방식 등 공연계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속성들도 문화 산업에 걸맞은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인접 산업에서 유입한 단체들이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뮤지컬 시장을 지배할 뿐 시장을 키우지 못한다면 기존 뮤지컬 제작사들을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2000년 이후로 매해 20퍼센트씩 성장한 뮤지컬 시장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인접 산업들의 참여가 뮤지컬 시장 확대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