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7.11 09:20
아트 서커스의 백미 '네비아'
2007년 한국에서 초연되었던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퀴담'은 서커스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시발점이 되었다. 동물이 등장하거나 그네를 타는 등 보여주기 식의 서커스와는 달리 드라마를 가미해 예술적 감각을 보여준 것. 이는 퍼포머들의 기예를 보며 느꼈던 아찔함 대신 이야기가 있는 예술적 아름다움을 전하며 ‘서커스’를 ‘아트 서커스’로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아트 서커스는 공연계에서 각광받는 장르로 급부상했다. '퀴담'의 태양의 서커스와 함께 캐나다의 3대 대표적인 서커스 단체로 꼽히는 서크 엘루아즈의 '네비아'가 오는 7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선을 보인다.
하늘 3부작의 완결작
이탈리아어로 안개를 뜻하는 '네비아'는 서크 엘루아즈와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하늘을 주제로 구상한 3부작 시리즈 중 '노마드'(2002년)와 '레인'(2003년)에 이은 마지막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각 작품마다 이미지를 형상화해 이야기를 전한다.
하늘을 뜻하는 첫 번째 작품인 '노마드'는 커다란 보름달을 배경으로 ‘밤의 하늘이 더 커 보임’을, '레인'에서는 쏟아지는 비를 통해 ‘자유’를 표현했다. 두 작품이 하늘과의 연관성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작품인 반면, '네비아'는 하늘을 더 넓은 의미로 바라본다. 자욱한 안개를 구름으로 형상화해 마치 하늘을 지상에 펼쳐놓은 분위기를 연출, 안개는 ‘지상으로 내려온 하늘’이 된다. 안개가 배경인 축제에서 연출가가 유년 시절에 간직했던 ‘기억과 노스텔지어’가 펼쳐진다. 관객은 그 속에서 별을 따고 코르크 마개로 만들어진 비를 만지며 꿈과 환상을 본다.
연출, 조명, 무대, 퍼포먼스의 앙상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폐막식의 연출을 맡았던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이번 작품에서 작, 연출, 조명의 1인 3역을 소화해 냈다. 연출가가 연출과 조명 작업을 병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연출과 조명을 함께 아우르며 연출가의 생각을 짐작해보는 것도 관객으로 하여금 또 다른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소재가 된다.
다지엘 핀지 파스카는 사진을 전공한 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고 성장했다. 사진은 반사되어 지나가는 빛에 의해 만들어짐을 알았으며 자연스레 빛을 가지고 노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빛으로 무대 위 질감을 표현, 안개가 자욱이 깔린 무대에 색색의 조명으로 변화를 주어 다채로운 무대를 연출한다. 연출과 조명을 함께 담당한 연출가의 역량이 빚어낸 환상적인 앙상블을 이룬 무대가 될 것이다.
'네비아'는 퍼포머들의 연기와 퍼포먼스를 집중도 높게 보여주고 공연의 미장센을 살리기 위해 의상과 분장 및 무대를 극도로 단순화했다. 퍼포머들에게 무채색 계열의 의상을 입히고 분장을 간소화했다. 여러 겹의 불투명한 천을 무대 중앙에 늘어뜨려 공간과 공간 사이의 깊이를 살린 무대 또한 색과 질감을 통해서만 변화를 줄 뿐이다.
노래와 악기연주, 춤, 서커스 등을 완벽히 소화하는 11명의 퍼포머들은 무대 위에서 각자 맡은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 중력의 법칙에 어긋난 극적인 동작으로 놀라움을 선사할 뿐 아니라 춤추는 동작만으로 관객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특히 퍼포머가 하늘을 비상한 순간의 모습을 일시 정지된 TV 화면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장면은 연출가가 꿈꿨던 어릴 적 기억을 무대 위에서 잘 표현한 장면이다.
엉뚱한 상상력이 만든 한바탕 축제
이야기는 주인공 곤잘로의 어린 시절 기억과 추억을 따라 마을 곳곳과 이웃에 얽힌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식으로 전개한다. 안개가 짙게 내려앉은 마을은 어느 순간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환상의 공간으로 바뀌고 마을 사람들은 그네와 줄넘기, 접시 돌리기를 하며 축제를 벌인다. 빽빽하게 늘어선 대나무 막대기 위에서 각기 다른 100개의 접시를 돌리는 모습은 마치 갈대밭 사이를 뛰어다니는 로맨틱한 연인들의 모습을, 1만 2000여개의 코르크 마개를 떨어뜨려 연출한 비오는 장면 등은 멋진 회화 작품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이 장면을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하늘에서 신들이 엄청난 양의 포도주 병을 따서 포도주 마개 비를 내리는 것”이라며 재미난 상상력을 전했다. 독특한 상상력이 동원된 새로운 퍼포먼스에 드라마를 더한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의 '네비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서커스와 드라마의 앙상블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