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7.03 03:18
진은숙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상물 공개
작곡가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세계 초연 1년 만에 국내에서 베일을 벗었다. 아쉽게도 실연(實演)은 아니지만, 지난해 6월 독일 뮌헨의 유서 깊은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여름 오페라 페스티벌을 여는 개막 작품으로 공연된 뒤 꼭 1년 만에 영상물(DVD·이클라세)로 국내 소개됐다. 세계적 클래식 영상 회사인 유니텔과 유로아츠가 손잡았고, 국내에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일신문화재단이 후원했다.
막이 오르면 45도 경사진 무대와 9개의 구멍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 그 아래 피트(pit)에서 노래하는 성악가, 무대 위의 합창단으로 3등분한 것이 우선 눈에 띈다.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Freyer)의 구상이다. 원색과 검정색의 대비를 살린 색채감이나 중간중간 스턴트맨을 활용한 공간 이동이 돋보였지만, 상대적으로 정적(靜的)이고 극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다. 영상에서는 잦은 장면 교체와 빠른 영상 전환을 통해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려 애썼다.
오페라는 루이스 캐롤의 원작을 바탕으로 이 극장 음악 감독인 일본계 미국 지휘자 켄트 나가노(Nagano), 영화 《버터플라이 M》의 대본을 썼던 중국계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한국 작곡가 진은숙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됐다. '아시아계 3총사'의 합작품인 셈이지만, 진은숙에게는 스승 리게티(Ligeti)가 생전 오페라로 쓰려했던 꿈을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막이 오르면 45도 경사진 무대와 9개의 구멍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 그 아래 피트(pit)에서 노래하는 성악가, 무대 위의 합창단으로 3등분한 것이 우선 눈에 띈다.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Freyer)의 구상이다. 원색과 검정색의 대비를 살린 색채감이나 중간중간 스턴트맨을 활용한 공간 이동이 돋보였지만, 상대적으로 정적(靜的)이고 극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다. 영상에서는 잦은 장면 교체와 빠른 영상 전환을 통해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려 애썼다.
오페라는 루이스 캐롤의 원작을 바탕으로 이 극장 음악 감독인 일본계 미국 지휘자 켄트 나가노(Nagano), 영화 《버터플라이 M》의 대본을 썼던 중국계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한국 작곡가 진은숙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됐다. '아시아계 3총사'의 합작품인 셈이지만, 진은숙에게는 스승 리게티(Ligeti)가 생전 오페라로 쓰려했던 꿈을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막이 오르면 꿈을 통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진은숙 특유의 테마가 펼쳐진다. 난해하고 까다롭기는 하지만, 격렬한 타악기의 사용이나 '토끼 추격 장면'에서의 리듬 유희, 바로크 형식의 패러디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만화경 같은 재미를 더했다.
전설의 '바그너 디바(diva)' 귀네스 존스가 맡았던 여왕의 등장 장면에서는 푸치니의 《투란도트》의 질문 대목을 재치 있게 패러디 했다. 지난해 정명훈 지휘의 아시아 필하모닉 콘서트에서 연주됐던 〈미친 티 파티〉 서곡에서는 경쾌한 음색과 리듬의 향연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건조한 이야기로 젖은 몸을 건조시키고", "자비(mercy)를 위해 울부짖고(moaning) 슬퍼하는(mournful) 사람들(men)" 같은 철자 'M'을 활용한 언어 유희도 여전히 살아있다. 베이스 클라리넷 독주를 통해 파이프를 물고 있는 애벌레를 형상화한 간주곡에서는 작곡가 특유의 위트가 빛났다. 가면을 쓴 채 2시간 가까이 연기와 노래를 모두 소화하다가, 마지막 판결 대목에서 가면을 벗고서 "나의 꿈이 나를 진흙탕으로 밀어 넣었나"라고 탄식하는 앨리스 역의 소프라노 샐리 매튜스(Matthews)의 열연도 돋보였다.
"도대체 나는 누구지(Who in the world am I?)"라는 앨리스의 노랫말처럼, 오페라는 계속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성장하고 변화하며 "죽음을 통해 살아가고, 삶을 통해 죽어간다면" 여전히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 같은 질문은 원작자 캐롤의 것이지만, 진은숙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그 질문 방식은 유쾌하면서도 단도직입적이다. 국내판에 실린 한글 자막 작업은 6개월여에 걸쳐 진행했으며, 작곡가 진은숙이 직접 자막 감수를 맡았다. 문의 (031)911-5613
전설의 '바그너 디바(diva)' 귀네스 존스가 맡았던 여왕의 등장 장면에서는 푸치니의 《투란도트》의 질문 대목을 재치 있게 패러디 했다. 지난해 정명훈 지휘의 아시아 필하모닉 콘서트에서 연주됐던 〈미친 티 파티〉 서곡에서는 경쾌한 음색과 리듬의 향연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건조한 이야기로 젖은 몸을 건조시키고", "자비(mercy)를 위해 울부짖고(moaning) 슬퍼하는(mournful) 사람들(men)" 같은 철자 'M'을 활용한 언어 유희도 여전히 살아있다. 베이스 클라리넷 독주를 통해 파이프를 물고 있는 애벌레를 형상화한 간주곡에서는 작곡가 특유의 위트가 빛났다. 가면을 쓴 채 2시간 가까이 연기와 노래를 모두 소화하다가, 마지막 판결 대목에서 가면을 벗고서 "나의 꿈이 나를 진흙탕으로 밀어 넣었나"라고 탄식하는 앨리스 역의 소프라노 샐리 매튜스(Matthews)의 열연도 돋보였다.
"도대체 나는 누구지(Who in the world am I?)"라는 앨리스의 노랫말처럼, 오페라는 계속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성장하고 변화하며 "죽음을 통해 살아가고, 삶을 통해 죽어간다면" 여전히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 같은 질문은 원작자 캐롤의 것이지만, 진은숙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그 질문 방식은 유쾌하면서도 단도직입적이다. 국내판에 실린 한글 자막 작업은 6개월여에 걸쳐 진행했으며, 작곡가 진은숙이 직접 자막 감수를 맡았다. 문의 (031)911-5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