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7.03 03:21
연극 '라이프 인 더 씨어터'
《라이프 인 더 씨어터》(A Life in the Theatre) 객석에 앉으면 어느 극장의 백스테이지, 그 중에서도 분장실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일반적으로 연극의 이면(裏面)인 분장실이 이 연극에서는 표면이 된다. 〈다비소로 가는 길〉부터 〈햄릿〉까지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기존 연극 7편을 희화적으로 묘사하면서, 연극 자체를 인생의 메타포로 삼은 한 편의 드라마가 탄생한다.
등장인물은 오로지 두 배우, 늙은 선배(이순재)와 젊은 후배(홍경인)뿐이다. 공연이 끝나면 선배는 분장을 지우며 '그 날의 연극'을 되새김질하는데 후배는 휴대전화 켜기 바쁘다. 말 많은 선배의 잔소리에 담긴 "연기라는 게 뭐냐? 니가 잘 보이려면 내가 잘 해야 돼. 앙상블이야" 같은 철학도 그저 흘러갈 뿐이다.
햄릿을 맡아보는 게 평생 소원인 선배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읊는 곳은 포장마차다. 이 연극의 중반, 선배와 후배의 관계는 역전된다. 영화 출연 이후 매니저가 붙고 바빠진 후배는 선배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건망증이 심해지고 폐인처럼 변해가는 선배는 분장실에서 면도칼로 손목을 긋는다. "나도 이제 쉴 때가 됐지." 하지만 그는 극장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등장인물은 오로지 두 배우, 늙은 선배(이순재)와 젊은 후배(홍경인)뿐이다. 공연이 끝나면 선배는 분장을 지우며 '그 날의 연극'을 되새김질하는데 후배는 휴대전화 켜기 바쁘다. 말 많은 선배의 잔소리에 담긴 "연기라는 게 뭐냐? 니가 잘 보이려면 내가 잘 해야 돼. 앙상블이야" 같은 철학도 그저 흘러갈 뿐이다.
햄릿을 맡아보는 게 평생 소원인 선배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읊는 곳은 포장마차다. 이 연극의 중반, 선배와 후배의 관계는 역전된다. 영화 출연 이후 매니저가 붙고 바빠진 후배는 선배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건망증이 심해지고 폐인처럼 변해가는 선배는 분장실에서 면도칼로 손목을 긋는다. "나도 이제 쉴 때가 됐지." 하지만 그는 극장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데이비드 마멧의 작품인 《라이프 인 더 씨어터》는 번안·연출(황재헌)이 매끄러운 편이다. 희극과 비극의 배치, 상승과 하강의 리듬이 좋다. 그러나 이순재가 신구와 최불암을 언급하는 대목은 느닷없는 일탈이었다. 이순재에게 덧쓰워진 '야동 순재' 이미지 때문에 감상을 방해받는 관객도 있었다. 고희를 넘긴 그를 향해 "귀여워 죽겠어"(?)라며 감탄하는 여성 관객의 반응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마지막 장면, 선배는 분장실에서 빗질을 하며 햄릿의 독백을 한다. "죽는다는 것은 잠드는 것, 이 또한 내가 바라던 생의 극치 아니겠는가!" 그 순간 "공연이 끝나면 (분장까지) 다 벗어놓고 가야 하는데…" 했던 그의 혼잣말이 떠오른다. 작별을 고하듯 분장실을 둘러보는 그 짧은 순간이 이 연극에선 가장 연극적인 시간이었다.
▶8월 1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이순재·홍경인, 전국환·장현성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02)766-6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