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보여주는 '나만의 고도'… 그녀의 몸짓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6.28 03:21 | 수정 : 2008.06.28 07:25

현대무용가 홍신자 데뷔 35년

"이 나이 되니까 '인생을 살았구나' 싶다. 젊었을 땐 하고 싶은 게 많아 죽음이 두려웠다. 이젠 자신있게,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 하루하루가 자유롭다."

현대무용가 홍신자(사진)는 "그래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다시 떠올렸고, 춤으로 그 기다림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데뷔 35년 기념작 《홍신자의 고도》(7월 3~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를 공연하는 그는 "사람이든 사랑이든 돈이든 명예든 우리에겐 죽는 순간까지 어떤 기다림이 있다"며 "독백도 넣고 침묵도 집어넣으면서 '나만의 고도'를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홍신자는 1973년 뉴욕 유학 중 《제례》로 국내 무대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파격적이었다. "저게 무용이냐" 같은 비난과 "전위적인 춤의 성공작"이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무용 공연에 소리를 도입했고, 전혀 아름답지 않게 움직였고, 모자만 쓴 전신 누드까지 감행했기 때문이다.

1976년 인도 방랑길에 만난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는 홍신자에게 "춤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라"고 말한다. 무용을 접었던 춤꾼은 사명감을 얻고 '명상무용'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존 케이지, 백남준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작업한 그는 "나를 말로 표현하라고 하면 힘들고, 말하고 돌아서면 후회한다. 그런데 몸짓으로 해보라고 하면 굉장히 편하다"고 말했다. "거짓이 없고 100% '알몸'의 내가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솔로 춤인 《홍신자의 고도》는 오는 11월 뉴욕의 라마마 극장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