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부르는 슈만의 '장미' 세 곡 세 분의 스승에게 바치는 무대"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6.30 04:33

국내 첫 독창회 갖는 소프라노 임선혜

사진=서울예술기획 제공
30일 국내 첫 독창회를 갖는 톱 클래스 소프라노 임선혜(31)가 자신의 전문 분야로 꼽히는 고음악이나 오페라 아리아 대신에 독일 가곡을 골라 들었다. 슈베르트와 슈만, 휴고 볼프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독일 가곡의 계보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끔 프로그램을 짠 것이다. 르네 야콥스가 지휘하는 오페라 《티토 왕의 자비》 《돈 조반니》같은 음반에 잇따라 참여하며 '모차르트로 가는 특급 열차'에 올라탔다는 평을 들었던 이 소프라노가 거꾸로 국내 데뷔 리사이틀에서 가곡을 선택한 이유는 무얼까.

국내보다 외국에서 큰 평가를 받아온 임선혜는 "지금껏 딸처럼 생각하며 저를 가르쳐주신 세 분의 스승에게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무대"라고 했다. 그의 세 스승은 2004년 타계한 고(故) 최대석 선생, 박노경(73)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롤란드 헤르만(72) 독일 칼스루에 음대 교수다. 그래서 리사이틀에서 처음 부르는 3곡도 슈만의 〈나의 장미〉, 〈동방의 장미로부터〉, 〈장미꽃, 장미꽃!〉 등 모두 장미에 관한 노래다. 그는 "이 세 장미는 저에게 세 분의 스승을 뜻한다"고 했다.

임선혜는 고교 2학년 봄, 성악을 정식으로 배우면서 첫 스승인 고 최대석 교수를 만났다. 2002년 타계한 부친은 언제나 딸에게 "스승다운 스승이신 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스승을 생각하며 임선혜는 "그날의 5월처럼 우리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자"는 노랫말이 들어있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위령제〉를 부른다.

다른 두 분의 스승은 이번 리사이틀을 위해 직접 초청했다. 일흔이 넘은 헤르만 교수는 제자의 리사이틀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날아온다. "선생님은 1m90이 넘는 장신이시지만, 저는 단신(1m60 가량)이에요. 저는 베르디나 푸치니 같은 드라마틱한 배역을 맡는 소프라노도 아니었죠. 그런데도 스승은 언제나 '너는 누구보다 빛나는 음성을 지니고 있다'며 격려해주셨어요."

서울대 음대 재학 시절, 임씨를 지도했던 박노경 교수의 손자인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13)군은 슈베르트의 가곡 〈바위 위의 목동〉에서 임선혜와 함께 협연한다. 프로그램에 모두 스승에 대한 사랑을 촘촘히 녹여 넣은 것이다.

이번 무대에서 임선혜는 윤이상의 〈고풍의상〉과 〈그네〉, 김순남의 〈산유화〉를 함께 부른다. 그는 "언제든 외국 무대에서 선보여도 손색 없는 가곡인데다, 스승 헤르만 교수가 독일 윤이상 협회의 회원으로 평소 작곡가의 곡을 즐겨 연주했다"고 말했다. 임선혜는 "이 노래들을 바탕으로 첫 리사이틀 음반도 녹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지난해 독일 본에서 열린 베토벤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유영욱이 반주를 맡는다.

▶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48-4480

조수미·홍혜경·신영옥 등 이른바 '3대 소프라노'를 뒤이을 여자 성악가는 고음악 분야에서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를 불러 모으는 차세대 소프라노다. 필립 헤레베헤, 지기스발트 쿠이켄, 르네 야콥스 등 고음악의 거장으로부터 잇따라 '러브 콜'을 받고 있으며, 오는 12월에는 뉴욕 필하모닉의 헨델 〈메시아〉 연주회에 독창자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