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작은 무대 큰 감동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6.22 22:46

'소극장'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짝은 '연극', '오페라' 앞에 붙었던 수식어는 '초대형'이다. 이 조합을 살짝 바꿔보면 어떨까. 지난주 소극장 오페라 두 편이 의욕적으로 동시에 막 올랐다.

《피렌체의 비극》과 《아내들의 반란》

오스카 와일드 원작에 알렉산더 쳄린스키가 곡을 붙인 《피렌체의 비극》에는 분명 세기말 유미주의가 스며들어 있지만, 몰락하는 귀족과 상승하는 부르주아의 대립이라는 복선도 깔려있다. 음악이 드라마와 함께 절정으로 치닫는 후반부의 폭발력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연상시킨다.

21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이 작품이 초연 후 91년 만에 한국에서 빛을 보았다. 378석 규모의 소극장에는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대신 피아노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피아니스트가 모든 반주를 맡아서 소극장은 마치 살롱 같은 분위기를 더했다.

후반부에는 슈베르트의 《아내들의 반란》(사진)을 함께 공연했다. 《피렌체의 비극》이 무겁고 격렬한 비극이라면, 《아내들의 반란》은 시종일관 밝고 경쾌한 희극이라는 점에서 서로 균형을 맞췄다. 심리적이든 정치적이든 모두 여성의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건 공통점이었다. (031)783-8000
사진=성남아트센터 제공
《돈 조반니》

모차르트의 걸작 오페라에서 돈키호테의 '산초'이자 이몽룡의 '방자'에 해당하는 캐릭터가 바로 하인 레포렐로다. 20일 세종 M씨어터(630석)에서 공연된 이 날 오페라의 주인공도 분명 레포렐로 역의 바리톤 장철유였다. 주인 돈 조반니의 난봉 행각을 유쾌하게 꼬집는 〈카탈로그의 노래〉부터 그는 우산 같은 다양한 소도구를 활용하고 여주인공의 치마를 들추는 동작으로 배역에 입체감을 더하며 시종일관 객석에 웃음을 불어넣었다. '돈 조반니의 여인들' 가운데 체를리나 역의 소프라노 김온유도 고음 대목에서 다소 음색이 불안하기는 했지만, 가냘픈 목소리와 간드러진 매력으로 소극장 오페라의 장점을 한껏 살렸다.

레치타티보와 반복구 일부를 덜어내 3시간 안팎의 원작을 두 시간으로 줄이며 극의 속도감을 높였지만, 아버지를 잃은 딸이나 돈 조반니에 대한 분노를 노래하는 여인의 표정과 동선(動線)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소극장 오페라에서 자주 쓰이는 전자 건반 악기 대신 경기 필하모닉(지휘 최승한)이 연주하는 정공법을 택했지만, 특정 학교 중심으로 성악가를 캐스팅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