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6.20 23:17
판소리 정광수 명창의 딸 정의진씨
27일 부친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
판소리 정광수 명창(1909~2003)의 딸 정의진(61)씨는 8년 전인 2000년, 나이 53세에 다시 소리 공부를 시작했다. 결혼하고 소리를 접은 뒤 꼭 26년 만이었다. 정광수 명창은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이며 2000년 국악계 최고 권위의 방일영 국악상을 수상했다.
딸 정의진씨는 "아이들(1남 2녀) 뒷바라지하고 공부시키느라 소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사는 며느리는 지금도 제가 소리하는 줄 모른다"고 했다.
지난 2000년 서울 약수동에 있던 아버지의 '판소리 전수소'를 찾아갔다. 딸이 다시 소리를 한다고 하면 반길 줄 알았지만, 아버지의 첫 일성은 싸늘하고 냉정했다. "네 나이가 너무 많고 지금 부터 해서는 늦다. 우리 딸이 2등 하는 꼴은 못 본다. 그만두는 게 낫지 않겠느냐." 딸은 이렇게 답했다. "1등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저 아버지의 소리 세계를 다시 배우고 싶은 거죠."
정의진씨의 소리 만학(晩學)에 아버지는 2년이 지난 뒤 마음을 돌렸다. 정광수 명창은 2002년 제자 발표회에서 "이제 무대에 서도 되겠다"며 딸이 소리하는 걸 허락했다. 정의진씨가 아버지 앞에서 노래한 건 1972년 유파 발표회 이후 꼭 30년 만이었다. 이듬해 정광수 명창이 타계한 뒤에도 정의진씨는 부친의 판소리 녹음을 들으며 소리 공부를 계속했고, 지난해 임방울 국악제 대상(대통령상)을 받았다.
올해 정광수 명창의 탄생 100년을 맞아 딸 정의진씨가 부친의 음악 세계 재조명에 나섰다. 오는 27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이어 다음달 26일 부친의 고향인 전남 나주에서 학술 대회와 기념 공연을 여는 것이다. 학술 세미나와 수궁가 연창 등으로 이어진다. 정의진씨는 "평생 우리 소리의 예스런 멋을 간직해온 아버지의 음악 세계를 앞으로도 계속 살피고 보존하고 싶다"고 말했다. (02)2280-4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