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30분'짜리 마라톤 연극 온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6.18 23:18 | 수정 : 2008.06.19 06:30

창작예찬 두번째 시리즈 '원전유서'…
창작극 사상 최장 공연

4시간30분짜리 마라톤 연극이 대학로에 등장한다. 7월 16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원전유서》(原典遺書)는 오후 6시에 시작해 밤 10시30분에야 끝난다. 관객들은 '시간의 뭇매'를 맞는 듯한 체험을 할 것이다.

창작극 사상 최장 공연으로 기록될 이 연극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희곡 활성화 사업인 〈창작예찬〉에 선정된 네 편 중 하나다. 심사위원들로부터 "지금까지 본 국내 희곡들 중 가장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연출가 한태숙은 "다른 응모작에 비해 분량이 5배 많았는데 유장하고 동력도 있는 희곡"이라며 "길어도 산만하지 않다는 게 미덕"이라고 말했다.

《원전유서》는 쓰레기 매립지에 사는 사람들이 발 딛고 사는 땅의 지번(地番)을 요구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늙은 넝마주이가 철학을 논하고, 아이가 상가(喪家)에서 대신 곡하는 훈련을 받고, 쓰레기 밭에 씨를 뿌린다.

작가 김지훈은 "수평적 시간선상에 존재하는 일상을 뛰어넘어 신화와 만나는 수직적 상상을 꿈꿨다"고 말했다.

이윤택이 연출하고 김소희 김미숙 이승헌 등 연희단거리패 단원 30명이 출연한다. 연희단거리패 측은 "인터미션을 두 번 넣으면 두 번째 쉴 때 '탈출'하는 관객이 있을까봐 한 번으로 줄였다"며 "4시간30분 내내 극적으로 몰아갈 수는 없고, 완급을 조절하며 보기 편한 연극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02)763-1268
연극《원전유서》의 무대는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다. 마지막 장면에는 저 쓰레기더미에서 나무가 올라온다. /연희단거리패 제공
〈창작예찬〉에 선정된 다른 세 연극 중 《부드러운 매장》은 이웃이자 사돈지간인 두 집이 배경이다. 보수와 진보, 통일운동과 반공 같은 극과 극을 드라마틱하게 풍자한다. 오태영의 희곡을 극단 파크의 박광정·민복기가 공동 연출하고 윤상화 박지아 오용 등이 출연한다. (02)743-7710

《초원빌라 B001호》(최은옥 작·윤우영 연출)는 반지하방에서 딸을 키우는 싱글맘 순애가 주인공이다. 동거인으로 남자가 들어오면서 급회전하는 이야기다. 극단 청맥이 제작하고 박명신 전진기 장정애가 출연한다. (02)747-2250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최치언 작·박상현 연출)은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시키는 코미디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사기(詐欺)를 공모하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극단 그린피그 제작으로 박정환 성노진 등이 출연한다. (070)7594-4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