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당신의 귀는 누구를 향해 열리나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6.18 23:00

상반기 음악계 마지막 '빅 이벤트' 3편 동시 개막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지휘자 야닉 네제 세겐./CMI 제공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다. 오는 25일은 국내외 연주단체의 공연 3편이 삼중(三重)으로 교차하는 날이다. 주최측은 관객 층이 나뉠까 근심하겠지만, 관객으로서는 즐거운 선택의 비명을 지를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골라 듣는 재미가 쏠쏠한 올 상반기 음악계의 마지막 '빅 이벤트(Big Event)'를 위한 가이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내한 공연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등이 세계 굴지의 대기업이라면 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작지만 탄탄한 중견 기업과 같다. 90년 전통의 네덜란드 명문 오케스트라인 로테르담 필의 가장 큰 특징은 언제나 미래를 내다보며 장기 투자를 한다는 점이다.

이미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과 영국 런던 심포니를 꿰차고 있는 명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상임 지휘자로 영입한 것이 13년 전인 1995년이다. 현재 베를린 필을 이끌고 있는 영국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가장 먼저 마음을 터놓고 호흡을 맞췄던 해외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오는 9월 새 음악 감독으로 부임할 캐나다 출신의 젊은 지휘자 야닉 네제 세겐이 서울 공연에 나선다. 이번 내한 공연은 공식 취임 이전에 33세 지휘자와 악단 사이의 '음악 궁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다. 젊은 팬들에게는 200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중국 피아니스트 윤디 리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협연이 더욱 매력적일 것 같다. 25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02)518-7343

러시아 출신의 명 비올 리스트 유리 바시메트./서울시향 제공
◆유리 바시메트와 서울시향

이 공연의 초점은 단지 러시아 출신의 명 비올리스트 유리 바시메트가 내한한다는 데만 있는 건 아니다. 그가 지휘와 협연을 동시에 선보인다는 것만도 아니다.

최근 탄둔(중국), 도루 다케미츠(일본) 등 아시아 작곡가의 작품만으로 음반(오닉스)을 내며 지휘와 바이올린·비올라 연주까지 선보였던 그의 최근 음악적 행보를 확인하는 자리라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다케미츠의 〈현을 위한 세 개의 영화 음악〉과 슈베르트의 〈교향곡 4번〉에서는 지휘봉을, 호프마이스터의 〈비올라 협주곡 D장조〉에서는 비올라를 각각 잡는다.

내친 김에 최근 녹음한 다케미츠의 〈솔로 바이올린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스탤지아〉에서 들려줬던 바이올린 솜씨까지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은 남지만 서양과 동양, 고전과 현대를 절충한 무대로도 의미는 있다. 공연 이틀 전인 23일 오후 7시30분에는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음악 칼럼니스트 진회숙씨가 해설하는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가 마련된다. 2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02)3700-6300
베르디〈레퀴엠〉을 공 연하는 지휘자 함신익./고양시립합창단 제공

◆지휘자 함신익의 〈레퀴엠〉

6월은 '호국의 달', 6월 25일은 6·25 전쟁이 일어난 지 58주년 되는 날이다. 대전시향 상임지휘자 재임 시절, 벤저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 국내 초연을 비롯해 굵직한 진혼곡을 수 차례 지휘했던 함신익이 이번엔 베르디의 〈레퀴엠〉을 골랐다. 그는 간담회에서도 "그 동안 국내에서 이렇게 대규모 합창곡을 연주하는 음악회가 드물었다. 합창 곡의 다양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달 12일 예술의전당에서는 월튼의 〈벨사자르의 향연〉과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이어진다.

오는 25일 무대에서는 서울 클래시컬 플레이어즈의 70여 명이 연주를 맡고, 고양시립합창단과 부천필 코러스 등 100명의 합창단원이 무대에 오른다. 소프라노 김영미, 알토 이아경, 테너 나승서, 베이스 함석헌이 독창자로 나선다. 25일 오후 8시 고양아람누리, 1577-77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