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6.17 14:59
'천년의 향기' 뿜는 노장들 스펙터클 무대
박인환 박정자 손숙 정동환…. 연극계의 대배우들이 한 무대에 섰다. 대학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초호화' 캐스팅이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침향(沈香)'. 김명화 작가의 제1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을 중견 심재찬이 연출했다.
한국전쟁의 끝자락에 만삭의 아내를 집에 두고 월북한 강수(박인환)가 56년 만에 중국에서 낳은 딸을 데리고 고향을 찾는다.
어머니는 이미 10년 전에 세상을 떴고, 아내 애숙은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처음 만난 아들 영범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초반. 그 와중에 아버지의 죽음을 그와 연관시켜 한을 품고 있던 친구 택성은 원수를 갚겠다며 술에 취해 낫을 들고 나타난다.
등장인물 모두 오랜 고통의 세월 만큼 가슴에 쌓인 한이 깊다. 할 말도, 넋두리할 것도 많다.
하지만 '침향'은 감정의 과도한 분출 대신 차분한 카타르시스를 찾는다. 주인공 강수의 절제된 캐릭터가 그 중심에 있다. 무책임한 남편이자 아버지, 친구의 가슴을 멍들게 한 '악당'이지만 그는 죄책감을 안으로 삭여낸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운명을,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작품의 주요 무대인 갈대로 뒤덮인 선산은 아르코 대극장을 꽉 채울 만큼 스펙터클하다. 어머니의 산소가 있고, 신혼시절 강수가 애숙과 사랑을 나누던 생강굴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강수는 성묘하러 오르다 사라진 아내를 생강굴에서 찾아내고, 택석과 선산 밑에서 화해를 한다. 갈대밭은 아스라한 과거의 기억을 매개로 5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용서와 소통을 이루는 공간이 된다.
침향은 바다와 강물이 만나는 곳에 묻어둔 향나무가 천년 뒤 낸다는 아름다운 향. 그 향에 세상이 순화된다는 민간 속설이 있다고 한다. 지나버린 세월, 늙어버린 인생은 한스럽지만 새 천년은 고통과 상처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작가 뿐만은 아닐 것이다. 신시뮤지컬컴퍼니 제작. 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침향(沈香)'. 김명화 작가의 제1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을 중견 심재찬이 연출했다.
한국전쟁의 끝자락에 만삭의 아내를 집에 두고 월북한 강수(박인환)가 56년 만에 중국에서 낳은 딸을 데리고 고향을 찾는다.
어머니는 이미 10년 전에 세상을 떴고, 아내 애숙은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처음 만난 아들 영범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초반. 그 와중에 아버지의 죽음을 그와 연관시켜 한을 품고 있던 친구 택성은 원수를 갚겠다며 술에 취해 낫을 들고 나타난다.
등장인물 모두 오랜 고통의 세월 만큼 가슴에 쌓인 한이 깊다. 할 말도, 넋두리할 것도 많다.
하지만 '침향'은 감정의 과도한 분출 대신 차분한 카타르시스를 찾는다. 주인공 강수의 절제된 캐릭터가 그 중심에 있다. 무책임한 남편이자 아버지, 친구의 가슴을 멍들게 한 '악당'이지만 그는 죄책감을 안으로 삭여낸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운명을,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작품의 주요 무대인 갈대로 뒤덮인 선산은 아르코 대극장을 꽉 채울 만큼 스펙터클하다. 어머니의 산소가 있고, 신혼시절 강수가 애숙과 사랑을 나누던 생강굴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강수는 성묘하러 오르다 사라진 아내를 생강굴에서 찾아내고, 택석과 선산 밑에서 화해를 한다. 갈대밭은 아스라한 과거의 기억을 매개로 5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용서와 소통을 이루는 공간이 된다.
침향은 바다와 강물이 만나는 곳에 묻어둔 향나무가 천년 뒤 낸다는 아름다운 향. 그 향에 세상이 순화된다는 민간 속설이 있다고 한다. 지나버린 세월, 늙어버린 인생은 한스럽지만 새 천년은 고통과 상처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작가 뿐만은 아닐 것이다. 신시뮤지컬컴퍼니 제작.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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