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한 피아노와 현란한 바이올린… 최고 앙상블은 누구?

  • 정리=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6.11 22:56

최강의 기악 이중주 조사
전문 연주자와 음악칼럼니스트들
마음 사로잡은 '복식 파트너' 선정

야구의 투수와 포수, 영화나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 피겨 스케이팅의 남녀 커플, 오페라의 소프라노와 테너…. 이처럼 클래식 음악의 기악에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찰떡 궁합은 항상 존재한다.

우리를 사로잡았던 바이올린과 피아노, 혹은 바로크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의 '복식 파트너'는 누구일까. 전문 연주자와 음악 칼럼니스트 등에게 선정을 의뢰했다.

◆그뤼미오와 하스킬

《이 한 장의 명반》 저자인 안동림 전 청주대 교수와 바이올리니스트 최은규씨는 나란히 벨기에 출신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아르투르 그뤼미오(Grumiaux·1921~1986)와 루마니아 출신의 여성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Haskil·1895~1960)을 꼽았다. 둘은 이들이 함께 녹음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K.378의 3악장을 동시에 최고의 명연(名演)으로 꼽기도 했다.

안 교수는 "어머니와 아들 같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다. 바이올린은 풍만하기 그지없으면서도 자제하는 미덕이 있고, 피아노는 유연하면서도 활달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서너 살 때부터 들었던 몇 안 되는 음반 가운데 하나였다. 바이올린을 끊어서 연주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지 언제나 어머니께 '찡찡찡~ 틀어줘'라고 말했다고 한다. 둘의 앙상블을 들으며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콤비들. 김남윤(위사진 왼쪽)·이경숙(위사진 오른쪽) 두오. ②그뤼미오(아래사진 왼쪽)·하스킬(아래사진 오른쪽).
◆크레머와 아르헤리치

김용배 전 예술의전당 사장(피아니스트)은 "대부분의 작곡가는 악보에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라고 표기했지만,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반대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라고 썼다. 그만큼 피아노의 비중이 컸다는 의미이며, 언제나 좋은 피아니스트가 좋은 반주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누구 못지않게 강한 고집과 개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조화를 이룰 줄 안다는 점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Kremer)와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Argerich) 콤비를 꼽았다.

◆김남윤과 이경숙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교수(서울대)는 11세 때 호암아트홀에서 열렸던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과 피아니스트 이경숙씨의 두오 연주회에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찾아갔다. "무대를 압도하면서도 동시에 친근감이 감도는 둘의 호흡이 숨막힐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나태해질 때마다 그날의 감동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콤비들. 왼쪽부터 쿠퍼, 포저, 아르헤리치, 크레머.
◆펄먼과 아쉬케나지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예원학교에 입학하면서 실내악 연주와 반주를 많이 하게 됐다. "그전까지는 주로 독주(獨奏)만 연습했는데 반주를 통해 음악적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먼(Perlman)과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Ashkenazy)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집(10곡)은 그에게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그는 "어릴 적이어서 화려하게 연주하고 싶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둘은 어찌 보면 건조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깊이 있게 베토벤에 다가갔다"고 기억했다.

◆포저와 쿠퍼

음악 칼럼니스트 이준형씨는 바로크 음악 최강의 두오로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철 포저(Podger)와 건반 연주자 게리 쿠퍼(Cooper)의 조합을 꼽았다. 둘은 최근 옛 악기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연작을 녹음하며 세계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씨는 "바로크 음악은 마치 지휘자처럼 건반이 리드해가는 것이 이상적인데, 쿠퍼의 학구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건반(피아노포르테)에 포저의 즉흥성 넘치면서도 침투력 있는 음색이 가미되어 윤기를 더한다. 마치 건반이 집을 만들어주면 바이올린이 그 집 안에서 맘껏 뛰어 노는 듯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맨지와 이가

네이버 클래식 음악 동호회 '슈만과 클라라'의 운영자인 전상헌씨는 바로크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앤드류 맨지(Manze)와 건반 연주자인 리처드 이가(Egarr)의 앙상블을 추천했다. 전씨는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추면서도 폭넓은 레퍼토리를 녹음한 짝도 흔치 않다. 대중들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함께 연주한 미덕이 돋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