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6.11 16:53
월드뮤직밴드 공명
국내 국악퓨전밴드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공명이 남산국악당을 찾았다. 그것도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을 한다고 하니 퓨전국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결코 놓칠 수 없는 주말의 연속이 될 것이다.
‘함께 울리다’라는 뜻의 공명은 애초에 울리는 모든 사물을 악기로 활용해 같은 곡이라도 해마다 연주에 쓰이는 악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 악기의 가지 수만 해도 30여 가지나 된다고 하니 이들에게 있어서 울림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철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산국악당의 6월을 풍요롭게 할 공명의 음악세계에 빠져보자.
장구 내비게이션을 따라 공명의 길로 두둥!
“따 따 따 따 따 따 따 따”
공명의 3집 정규앨범 가운데 ‘장구 내비게이션’의 첫 대목이다. 자동차에 시동이라도 걸릴 것 같다. 여느 음악에서처럼 직접적으로 자동차 소리를 들려주지는 않지만 음악을 계속 듣고 있으면 조금씩 목적지를 향해 다가가는 것 같다.
음악이 워낙 오묘해 무슨 악기로 연주했는지 생각만해도 곡의 연주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그러나 가락을 주도하는 태평소가 그 알 수 없는 길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장구 내비게이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장구소리를 기존의 소리보다 현대화시켰다. 연주를 듣는 내내 ‘이게 장구 소리 맞아?’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어쩌면 곡 하나 하나를 들으면서 각 악기마다 정해져 있는 소리에 의문을 갖게 해 흥을 돋구는 이런 스타일이야말로 공명만의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4분이 조금 넘는 곡이 끝나면 당신은 어딘가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공명의 음악세계이다.
1974년생 동갑내기들의 ‘뉴 프런티어’
공명에는 총 4명의 멤버가 있다. 기타, 태평소를 맡은 박승원, 대금, 소금을 맡은 송경근, 장구, 퍼커션을 맡은 조민수, 장구, 하모니카를 맡은 강선일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서로 20대 초반부터 함께 공연을 하기 시작해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들의 음악은 어떻게 변했을까.
많은 이들이 공명을 퓨전국악밴드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퓨전국악밴드와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악의 색채만큼이나 테크노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장르에나 등장할 법한 악기소리가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혹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공명의 음반을 듣다가 국악이 주는 느낌이 덜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공명 음반이 맞나?’하며 음반재킷을 다시 들춰본다고도 한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다음 음악은 과연 어떤 소리로 연주될까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들의 국악에는 한과 신명 외에도 호기심이 가득하다. 74년생 동갑내기 네 명이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맘껏 한다고 하니 국악이 날개를 달은 듯 음악에 자유가 느껴진다. 이들이야말로 국악의 ‘뉴 프론티어’가 아닐까.
한달간 계속되는 공명의 프로포즈, 공명유희!
그렇다면 이번 공연에서 공명은 어떤 곡을 연주할까. 공명은 가까운 중국의 티베트 시위를 의식이라도 한 듯, 전쟁과 평화를 시작으로 공연의 문을 연다.
그 뒤 사물놀이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설장구를 공명 스타일로 연주해 공연 초반부터 분위기를 달굴 예정이다. 이어 해바라기, 아침의 소리, 공명유희, 흥 등 지금까지 낸 3개의 앨범 중 감초곡들을 선정해 무대 위에 올린다. 특히 마지막으로 연주될 보물섬은 공명이 지금까지 해외연주를 갈 때마다 틈틈이 사온 악기들을 연구해 선보이는 곡이니 만큼 공명의 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하나! 무대가 악기 전시장이다
이번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악기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무려 30가지이다. 웬만한 국악관현악단에 등장하는 악기 수준이다. 이것을 단 4명의 멤버가 모두 연주를 하다니, 한 곡에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악기를 연주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묘미는 공명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세상에 이런 소리도 있구나!’하며 그 기발함에 무릎을 ‘탁’하고 친다는 것! 공명의 악기 전시장을 초월하는 무대를 기대해보자.
둘! 자연의 소리는 다 모았다!
요즘 만인의 관심인 ‘웰빙’을 무대에서 만난다. 공명이 고민한 악기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마치 바람이 부는 것 같기도 하고, 물이 흐르는 것 같다. 눈을 감고 있으면 순식간에 어두운 무대가 공명의 울림 때문인지 청량한 공기로 채워진다.
이것이 바로 공명이 퓨전국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명을 국악그룹이 아닌 새로운 뉴 에이지 그룹으로 느껴지게 하는 이유이다.
셋! 음악보다 진한 우정을 만나다
한국에 수많은 퓨전국악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명이 특별히 사랑 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음악이 아무리 훌륭해도 멤버 간에 팀웍이 강하면 공연이 더욱 빛나는 법이다.
이번 공연은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는 공명의 진한 우정을 음악에 녹여 냈다. 각오를 더욱 새로이 하는 공명을 진한 우정, 진한 감동으로 만나보자.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