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6.06 14:00 | 수정 : 2008.06.06 15:01
[이규현의 그림산책]
"중국 현대미술 시장의 미래에 대해 별로 밝게 보지 않는다."
소더비에서 운영하는 대학원인 '런던 소더비 인스티튜트(Sotheby's Institute of Art)'의 아트 비즈니스 전공 학과장 이안 로버슨(Ian Robertson·46) 박사가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하나은행 초우량고객 40명을 대상으로 중국 현대미술품 가격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냈다.
그는 "사견"이라고 했지만 서양 미술 전문가 중 드물게 중국 현대미술 시장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견해에 신경이 쓰인다. 안 그래도 최근 3~4년간 치솟은 중국 현대미술 가격에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소더비에서 운영하는 대학원인 '런던 소더비 인스티튜트(Sotheby's Institute of Art)'의 아트 비즈니스 전공 학과장 이안 로버슨(Ian Robertson·46) 박사가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하나은행 초우량고객 40명을 대상으로 중국 현대미술품 가격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냈다.
그는 "사견"이라고 했지만 서양 미술 전문가 중 드물게 중국 현대미술 시장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견해에 신경이 쓰인다. 안 그래도 최근 3~4년간 치솟은 중국 현대미술 가격에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시장의 신호는 아직 파란색이다. 지난달 24일 홍콩에서는 처음 아시아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을 해서 444억원어치가 팔렸다. 톱10 작품 중 9점이 중국 작품이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경매에서 비싸게 낙찰된 현대 미술작가 100명 중 36명이 중국 작가다. 하지만 개인 딜러와 컬렉터 사이에서 '중국 현대미술 시장은 거품일까, 아닐까?'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중국 현대미술만큼 정치·사회적 배경을 뚜렷이 드러내는 그림도 드물다. 1945년부터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기 전까지 중국 예술은 국가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였다. 젊고 당당한 마오쩌둥, 하늘에 닿을 듯 높은 곳에서 민중들에게 연설하는 중국 공산당원들의 위엄 있는 모습이 그림의 단골 소재였다. 이런 극심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은 문화혁명 시기였던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극에 달했다.
중국 현대미술만큼 정치·사회적 배경을 뚜렷이 드러내는 그림도 드물다. 1945년부터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하기 전까지 중국 예술은 국가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였다. 젊고 당당한 마오쩌둥, 하늘에 닿을 듯 높은 곳에서 민중들에게 연설하는 중국 공산당원들의 위엄 있는 모습이 그림의 단골 소재였다. 이런 극심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은 문화혁명 시기였던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극에 달했다.
1976년 마오쩌둥이 죽고, 덩샤오핑 이후 중국이 서구 문화에 개방되면서 중국 화가들은 비로소 삶, 죽음, 사랑 같은 개인적 관심사를 그리게 된다. 그리고 1989년 천안문사태를 계기로 다시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이제는 은유적 방법으로 중국 사회를 비판한다. 화가들 마음속에 억눌렸던 끼가 1980년대 이후 한번에 폭발되어 나오는 게 요즘 우리가 보는 중국 현대미술이다.
인기 있는 중국 현대미술 작품 속에는 마오쩌둥 시대와 소비문화로 넘치는 현대의 중국이 공존한다. 문화혁명 때 선전도구로 쓰였던 포스터 형식에 루이뷔통, 페라리 같은 서양 명품 브랜드 이름을 넣으면(왕광이의 '대비판 시리즈'), 마오쩌둥 시대를 비웃는 그림이 된다.
중국 작가들은 초상화를 지독하게 좋아하는데, 화폭을 채운 '얼굴'들엔 개성과 혼이 없다. 멍한 표정의 사람들은 할 말을 못 하는 듯 입을 꼭 다물었고(장샤오강 '혈연 시리즈'), 팔팔해야 할 젊은이들은 똑같은 가면을 쓰고 똑같이 붉은 스카프('홍위병'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를 둘러서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다(쩡판즈 '가면 시리즈').
현재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중국 부호와 화교는 문화혁명 세대여서 그 시절을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이런 작품들에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연 10%대의 지속적 경제성장,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 투자대상을 찾아 헤매는 외환 달러 등의 이유로 중국 현대미술품 가격은 치솟았다.
문제는 '마오쩌둥의 그림자 + 자본주의 문화'라는 주제를 중국 작가들이 너무 되풀이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해외 딜러와 컬렉터들 사이에서 '이제는 그만 좀 하지'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중국 현대미술품 경매 최고 기록은 쩡판즈의 '가면 시리즈 6번'인데, 낙찰가가 105억원이니 영국의 생존 작가인 루치안 프로이드(최고가 330억원)나 대미언 허스트(170억원), 미국의 생존 작가인 제프 쿤스(230억원) 등에 비하면 아직도 낮다. 중국 현대미술 시장이 거품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이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인기 있는 중국 현대미술 작품 속에는 마오쩌둥 시대와 소비문화로 넘치는 현대의 중국이 공존한다. 문화혁명 때 선전도구로 쓰였던 포스터 형식에 루이뷔통, 페라리 같은 서양 명품 브랜드 이름을 넣으면(왕광이의 '대비판 시리즈'), 마오쩌둥 시대를 비웃는 그림이 된다.
중국 작가들은 초상화를 지독하게 좋아하는데, 화폭을 채운 '얼굴'들엔 개성과 혼이 없다. 멍한 표정의 사람들은 할 말을 못 하는 듯 입을 꼭 다물었고(장샤오강 '혈연 시리즈'), 팔팔해야 할 젊은이들은 똑같은 가면을 쓰고 똑같이 붉은 스카프('홍위병'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를 둘러서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다(쩡판즈 '가면 시리즈').
현재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는 중국 부호와 화교는 문화혁명 세대여서 그 시절을 은유적으로 비판하는 이런 작품들에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연 10%대의 지속적 경제성장,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 투자대상을 찾아 헤매는 외환 달러 등의 이유로 중국 현대미술품 가격은 치솟았다.
문제는 '마오쩌둥의 그림자 + 자본주의 문화'라는 주제를 중국 작가들이 너무 되풀이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해외 딜러와 컬렉터들 사이에서 '이제는 그만 좀 하지'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중국 현대미술품 경매 최고 기록은 쩡판즈의 '가면 시리즈 6번'인데, 낙찰가가 105억원이니 영국의 생존 작가인 루치안 프로이드(최고가 330억원)나 대미언 허스트(170억원), 미국의 생존 작가인 제프 쿤스(230억원) 등에 비하면 아직도 낮다. 중국 현대미술 시장이 거품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이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