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적·빗소리 내는 악기도 사왔소!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6.06 22:43 | 수정 : 2008.06.06 22:44

서울시향, 진은숙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에 갖가지 진기록

서울시향에서 가장 많은 악기가 필요하고, 가장 많은 예산이 들며, 가장 많은 객원 단원이 투입되고, 외국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콘서트는 무엇일까.

정답은 모두 같다. 지난 2006년부터 상임 작곡가 진은숙이 진행하고 있는 현대 음악 시리즈인 〈아르스 노바(Ars Nova·'새로운 예술')〉다.

#1. 서울시향은 최근 오페라 《투란도트》에 등장하는 타악기인 '타이 공(Thailand Gong)'을 태국에서 수입했다. 그동안 연주회가 있을 때면 악기를 대여해서 쓰다가 13·15일 〈아르스 노바〉에서 연주되는 올리비에 메시앙의 〈이국의 새들〉,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 정일련의 신작 〈앙상블을 위한 글루트〉에서 모두 이 악기가 사용되자 구입했다. 알프스에서 방목하는 소의 목덜미에 매다는 '카우 벨(Cow Bell)'도 이번 기회에 함께 사들였다.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에 이 종(鐘)이 타악기의 하나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향 타악 수석인 에드워드 최는 "말러 이후 후기 낭만주의와 현대 음악으로 갈수록 관현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사용하는 타악기의 종류와 숫자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아르스 노바〉를 위해 새 악기들을 연이어 구입하느라 '악기 백화점'이 될 정도다. 올해 타악기 구입 예산만 이미 1000만원을 썼다.

서울시향의 구입 목록에는 자동차 경적 소리나 빗소리를 내는 악기도 있다. 지난 2월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에서도 연주됐던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카인〉에는 '자동차 경적'이 등장한다. 서울시향도 지난해 11월 〈아르스 노바〉 연주회를 위해 이 악기를 독일에서 수입했다.

바퀴를 닮은 휠(wheel)에 작은 공이나 구슬을 넣어서 돌리며 비 내리는 소리를 형상화하는 '레인 메이커(Rain Maker)'도 지난해 콘서트에서 연주한 뒤 사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레인메이커 ,카우벨 ,자동차 경적, 타이공, 윈드머신. /서울시향 제공, 그래픽=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2.〈아르스 노바〉에서 매년 4차례씩 현대 음악만 전문적으로 연주하다 보니, 갖가지 진기록도 적지 않다. 지난해 3월 2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리게티 추모 콘서트〉에서는 진은숙의 〈타악기 주자와 테이프를 위한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가 아시아 초연이었고, 리게티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아트모스페르〉, 스트라빈스키의 〈관현악을 위한 네 개의 연습곡〉 등 3곡이 한국 초연이었다. 한 무대에서 '무더기 초연'이 쏟아진 것이다.

#3. 지난 2006년 10월 〈아르스 노바〉 시리즈에서는 영화 상영과 전시회, 단원 출연료까지 포함해서 1회 연주회 예산만 1억5000만원 가까이 들어 서울시향 경영본부에서 '비명 소리'가 나기도 했다. 해외 유명 악단이나 연주 단체를 초청하지 않은 국내 단일 연주회에서 이처럼 많은 예산이 잡힌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 2006년 10월 이 시리즈에서는 첼레스타, 쳄발로, 샘플러, 키보드, 기타 등 갖가지 악기가 등장하는 바람에 객원 단원만 22명이 출연하기도 했다.

#4. 3년째 현대 음악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다 보니 해외 음악가들도 이 시리즈의 가능성에 주목을 보내고 있다. 작곡가 크리스 폴 하먼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이렇게 작곡가 1명이 음악회 전체를 기획해서 선보이는 현대 음악 프로그램은 찾기 힘들다"고 했고, 지휘자 스테판 애즈버리는 "하나의 주제 아래 작품들이 유기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관객뿐 아니라 연주자들에게도 매력적이고 도전이 되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 13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관현악), 15일 오후 7시30분 세종체임버홀(실내악), (02)3700-6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