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발 묶인 내한 연주자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6.02 23:06

세종문화회관도 촛불시위 여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와 이를 막는 경찰 저지선 구축의 여파가 공연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주요 시위 장소인 서울 세종로 주변에 세종문화회관이 있기 때문이다. 밤 늦게 이곳에서 공연을 마친 연주자들이 숙소까지 돌아가는 일에 애로를 겪고 있다.

지난 31일 내한 무대를 가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오후 9시 30분쯤 공연을 마쳤다. 하지만 숙소인 소공동 롯데호텔에 도착한 건 1시간 50분이 지난 오후 11시 20분쯤이었다. 교통 정체가 없을 경우, 차량을 타거나 걸어서도 10여 분 거리에 불과하다.

당초 오케스트라 단원과 스태프 등 120여 명을 태우기 위한 대형 버스 3대를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마련했다. 하지만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 전체 교통이 통제되는 바람에 첼로와 더블 베이스 등 일부 악기와 단원들의 짐만 급하게 대형 트럭에 실었다.

즉석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숙소까지 무사히 이동시키기 위한 회의가 열렸고, 단원들은 공연 자원 봉사자의 안내에 따라 인사동 뒷길 등을 따라서 돌아가는 바람에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 라의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세종문화회관 제공

지휘자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Eschenbach)도 당초 오기로 했던 승용차가 도착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 차례 택시를 갈아타야 했고, 숙소에는 오후 11시 20분쯤 도착했다. 택시비는 1만8000원 가까이 나왔다고 한다. 에센바흐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불가피한 상황이라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고 세종문화회관측은 전했다.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 공연을 가진 클라리넷 연주자 자비네 마이어(Meyer)도 오후 9시30분쯤 공연을 마친 뒤 차를 타고 숙소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까지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차량 운행이 불가능하자 시위대와 시민들 사이에 섞여서 전경 차량 틈새를 비집고 호텔까지 걸어서 돌아갔다고 공연 기획사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