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5.28 23:04
"기다림도 끝이야. 줄곧 찾고 있었는데. 난 알아, 내 마음이 그라는 걸 말해주네."
몽상 따위는 싫다며 춤을 추는 여동생과는 달리, 노래를 들으며 꿈을 꾸는 언니 타티아나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의 첫 장면입니다. 남자 주인공 오네긴을 만난 뒤 그만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지요. 이어지는 1막 2장의 유명한 '편지의 장면'에서 타티아나는 "어떻게 되든 괜찮아요. 허나 먼저 기대를 품고 행복에 호소해 봅니다"라고 노래합니다.
하지만 "정원을 거닐면서 때로는 공상을 하고, 꿈은 어릴 적부터 내 친구"라고 수줍게 털어놓는 타티아나와는 달리, 오네긴은 "가정의 행복 따위는 관심이 없고 결혼에는 부적당한 사람"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지독한 냉소주의자입니다. 이미 비극은 첫 만남부터 예고되어 있는 것입니다.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푸시킨의 원작을 발견한 건 1877년 즈음입니다. "나는 푸시킨의 책을 찾으러 뛰어나갔다. 어렵게 하나를 찾았고 집으로 와서 다시 읽고 매료되어, 잠도 자지 않고 꼬박 밤을 새웠고 푸시킨의 시에 붙인 매력적인 오페라를 구상했다"고 씁니다.
몽상 따위는 싫다며 춤을 추는 여동생과는 달리, 노래를 들으며 꿈을 꾸는 언니 타티아나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의 첫 장면입니다. 남자 주인공 오네긴을 만난 뒤 그만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지요. 이어지는 1막 2장의 유명한 '편지의 장면'에서 타티아나는 "어떻게 되든 괜찮아요. 허나 먼저 기대를 품고 행복에 호소해 봅니다"라고 노래합니다.
하지만 "정원을 거닐면서 때로는 공상을 하고, 꿈은 어릴 적부터 내 친구"라고 수줍게 털어놓는 타티아나와는 달리, 오네긴은 "가정의 행복 따위는 관심이 없고 결혼에는 부적당한 사람"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지독한 냉소주의자입니다. 이미 비극은 첫 만남부터 예고되어 있는 것입니다.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푸시킨의 원작을 발견한 건 1877년 즈음입니다. "나는 푸시킨의 책을 찾으러 뛰어나갔다. 어렵게 하나를 찾았고 집으로 와서 다시 읽고 매료되어, 잠도 자지 않고 꼬박 밤을 새웠고 푸시킨의 시에 붙인 매력적인 오페라를 구상했다"고 씁니다.
흔히 음악원 제자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결혼을 앞두고 있던 차이콥스키가 슬픈 사랑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작곡의 배경에도 슬픈 사연이 깃들어있습니다.
동성애 소문에 괴로워하던 차이콥스키는 젊은 제자의 청혼을 잔인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에프게니 오네긴》처럼 '오빠 같은' 사랑을 약속한 것입니다. 이 결혼 생활이 원만할 리 없었고, 차이콥스키는 외국으로 떠나 오페라 작곡에 매달립니다. 깨어진 사랑이 고통스럽다면, 의무감으로 맺어진 사랑 역시 불행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오페라의 1번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이 지난해 2월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타티아나 역을, 러시아의 '백사자'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바리톤)가 오네긴 역을 각각 맡았습니다. 러시아의 명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살아서 약동하는 오케스트라 현악을 끌어내고, 연출가 로버트 카슨은 막이 열리기 무섭게 온통 붉은 낙엽을 무대 위로 떨어뜨립니다. 이 실황이 최근 영상(DVD·데카)으로 출시됐습니다.
다음달 예술의전당에서도 무대 장치나 의상 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이 오페라를 공연합니다. 거절한 사랑, 거절당한 사랑, 엇갈리는 사랑, 어쩔 수 없이 응하는 사랑…. 당신의 사랑은 어떤 것입니까. 오페라는 때때로 우리 가슴속의 아련함을 한껏 자극합니다.
▶6월 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6-5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