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5.28 23:03
리사이틀 여는 피아니스트 유영욱
늦게 활짝 피는 꽃도 있다. 피아니스트 유영욱(31)씨는 나이 서른에 지난해 독일 본에서 열린 베토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나이 어린 연주자들이 콩쿠르에 대거 도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열 살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과 경쟁한 셈이었다. "늦은 나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여전히 무대에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연주자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꼭 10년 전인 1998년 유씨는 스페인에서 열린 산탄데르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두면서 화려한 20대를 보냈다. 10세 때 자신의 창작곡으로 작곡 발표회를 가졌고 예원학교 2학년 때인 14세에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하고 줄리아드 음대와 맨해튼 음대까지 착실하게 진학한 그를 두고 주변 사람들은 '음악 영재'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는 "신동이라는 말을 듣는 건 사실 마음속에 시한폭탄을 하나쯤 지니고 사는 것과 같다"고 했다. 10년이 흐르고 지난해 다시 베토벤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심사위원은 "인생에 두 번의 기회(국제 공쿠르 우승)를 잡기는 쉽지 않다. 잘 살렸으면 좋겠다"며 유씨를 격려했다.
다음달 2일 유씨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과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 등으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그는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와 포르티시모(아주 세게) 사이에서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전율이나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영욱 피아노 리사이틀, 6월 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48-4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