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예술의전당, '구원투수'는 누구?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05.26 23:54 | 수정 : 2008.05.27 06:56

문화부,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등 4명 사장 후보로 추천
예술인보다 경영전문가… "배경 아닌 사람 자체가 중요"

예술의전당을 책임질 '구원 투수'는 누구일까.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주 예술의전당 사장 추천위원회를 열고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한용외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안호상 서울문화재단 대표, 김민 전 서울대 음대 학장 등 4명의 후보를 유인촌 장관에게 추천했다. 3500억 원의 발전기금을 유치한 'CEO 총장', 대기업 경영자, 기초공사 때부터 예술의전당에 있었던 공연통, 바이올리니스트 등 후보들의 배경은 다채롭다. 본인 의사 확인과 인사 검증 등을 거쳐 이들 중 한 명이 6월 초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어윤대 전 총장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예술의전당 이사를 지냈고 부인이 이화여대 음대 교수(소프라노)다. 예술의전당 이사이기도 한 한용외 사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사장, 삼성문화재단 사장 등을 역임했다. 안호상 대표는 예술의전당 국장 출신으로 유인촌 장관이 초대 대표였던 서울문화재단을 맡고 있고, 코리안심포니 이사장을 지낸 김민씨도 조직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평이다.
왼쪽부터 어윤대, 한용외, 안호상, 김민.

자타공인 국내 최고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은 개관 20년을 맞은 올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화재로 오페라극장 가동이 중단됐고, "2011년까지 세계 5대 아트센터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화재 복구 비용만 250억원이고 기관장은 사표로 공석이다. 후임 예술의전당 사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임명권자인 유인촌 장관은 인선 방식을 공모제에서 추천제로 바꿨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는 '공모제로 뽑지 않으면 예산·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기획예산처 지침이 있었다"며 "공모제는 투명하고 '발견의 기쁨'도 있지만, 무게감 있는 사람이 사장으로 오기를 바라는 직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추천제가 낫다"고 말했다.

사장 후보들 가운데 안호상 대표는 고사 의사를 밝혔다. 어윤대 전 총장은 26일 전화통화에서 "내가 후보가 됐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예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관리(경영) 능력도 있는 분으로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국 바비칸센터, 미국 링컨센터 등 세계 정상급 공연장은 아티스트가 아니라 예술경영 전문가가 공연장을 책임지고 있다. "복합예술공간에 특정 장르 전문가가 오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관료, 음악인, 언론인 등을 사장으로 겪었지만 중요한 것은 출신 배경이 아니라 사람 자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은 연간 200만 관객이 찾는 한국 대표 공연장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객은 한 해 110만 명, 국립극장은 70만 명이다. 연간 약 300억원의 예산을 쓰는 예술의전당은 자체 수입이 240억원으로 재정 자립도가 80%에 달한다. 오페라극장을 비롯해 공연장 5개와 한가람미술관 등 전시관 3개를 품고 있다. 1988년 개관 직후만 해도 택시 기사에게 "(근처에 있던) 서초갈비 갑시다" 해야 할 정도로 주변이 황량하고 접근성이 나빴지만 지금은 요지가 됐다. 김주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안호상 서울문화재단 대표, 조석준 고양문화재단 대표, 박인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등 예술의전당 직원 출신들이 여러 공연장과 문화계에 진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