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덴 '천하무적 오케스트라'

입력 : 2008.05.21 23:18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 화재

베를린 필하모닉의 둥지이며 세계 최고의 콘서트 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의 필하모니 홀에서 지난 20일 오후 2시쯤(현지 시각) 화재가 일어났다. 이 홀은 명 지휘자 카라얀 재직 시절인 1963년 건축가 한스 샤룬이 설계했으며, 카라얀이 직접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지휘해서 개관 콘서트를 연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연말 발생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화재 사건과 닮은 꼴인 셈이다.

화재는 당시 용접 작업 중이던 지붕 근처에서 시작됐으며, 5시간 가량 지난 뒤에야 완전히 꺼졌다. 화재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은 23일부터 이 홀에서 열릴 예정이던 콘서트를 위해 전임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지휘로 베를리오즈의 〈테 데움〉을 리허설하고 있었다.

단원들은 화재 직후 신속하게 대피해서 인명 피해나 악기 손상은 없었다. 공개 리허설 이전에 화재가 시작돼 청중들도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철제 지붕을 뜯어내면서 콘서트 홀 지붕 1600㎡의 손상이 생겼다.

지난 20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둥지인 독일 베를린의 필하모니 홀에서 화 재가 일어나 앞으로 공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AP 연합

베를린 필하모니 홀은 좌석과 무대를 일직선상에 놓는 기존의 구두 상자 모양에서 벗어나, 오케스트라를 홀의 한복판에 놓고 5각형 구도로 객석을 에워싸는 포도밭 형의 입체적 설계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카라얀 서커스'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며, 한국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나 일본 산토리 홀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당초 예정됐던 연주회는 발트뷔네 등 야외 공연이나 다른 공연장으로 옮겨 소화할 예정이며, 일부 초청 공연은 취소됐다. 필하모니 홀은 개보수 공사를 거쳐 다음달 2일쯤 재개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