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르네상스 시대 음악으로 여행하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5.16 23:02

명문 古음악단 '라 프티트 방드' 예술의전당서 21일 공연

그들은 '패밀리 비즈니스'다. 그들은 '멀티 플레이어'다. 그들은 '시간 여행자'다.

바흐·헨델과 그 이전의 바로크·르네상스 음악을 통칭하는 고(古)음악에 숨어 있는 세 가지 비밀이다. 오는 21일 내한하는 고(古)음악 단체 '라 프티트 방드(La Petite Bande)'를 이끌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의 연주자 지기스발트 쿠이켄(Kuijken·64) 역시 이 비밀을 모두 공유하고 있다. 그에게 세 가지 비밀에 대해 물었다.

◆고음악은 패밀리 비즈니스다

이번에 내한하는 '라 프티트 방드'의 단원은 모두 7명이다. 그 가운데 리코더를 빼고 비발디의 〈사계〉를 6명의 최소 편성으로 연주한다는 점도 이색적이지만, 이 6명 중에 가족 구성원이 3명이나 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바이올린 독주자로 나서는 사라(Sara)는 지기스발트 쿠이켄의 딸이다. 비올라 단원인 마를레인 티어스(Thiers)도 사라의 어머니이자 지기스발트 쿠이켄의 아내다.

전화 인터뷰에서 쿠이켄은 "우리 6형제 중에도 3명이 고음악을 연주할 정도로 음악가가 많다"고 했다. 형 빌란트는 첼리스트, 동생 바르톨트는 플루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여덟 살 때인 1952년 여름에 형 빌란트를 따라 간 고음악 아카데미에서 옛 악기 비올라 다 감바를 처음 접했다. 어려서 고음악이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 매력은 뇌리에 뚜렷하게 남았다"고 말했다.
지기스발트 쿠이켄(오른쪽 위)이 이끄는 명문 고음악단‘라 프티트 방드’. 앞줄 맨 왼쪽이 딸 사라 쿠이켄, 앞줄 가운데는 아내인 마를레인 티어스다./유유클래식 제공

◆고음악인은 멀티 플레이어다

이번 공연에서 지기스발트 쿠이켄은 독주자와 단원이라는 두 가지 모습을 한 무대에서 펼쳐 보인다. 첫 곡인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1번은 어깨나 가슴 위에 올려놓고 연주하는 '미니 첼로'인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로 연주한다. 그 뒤 비발디의 〈사계〉와 바흐의 곡에서는 단원이자 리더로 역할을 바꾼다.

"제가 처음 고음악을 공부할 당시엔 정규 수업도, 선생님도 없었어요. 철저하게 홀로 공부해야 했죠."

쿠이켄은 그렇게 바이올린과 비올라, 비올라 다 감바와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까지 익혀 나갔다. 1970년대에는 바로크 바이올린도 어깨 받침을 쓰거나 턱으로 고정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옛 연주 스타일을 부활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쿠이켄은 "이전까지는 비록 옛 악기를 쓰더라도 연주법은 현대식이었다. 우리 세대는 옛 그림과 서적, 악보와 악기를 보면서 직접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직관'과 '독학'이야말로 여러 악기에 자유롭게 다가갈 수 있었던 지름길이었다는 것이다.

◆고음악가는 '시간 여행자'다

현대화와 첨단을 외치고 있는 시대에 유독 고음악만은 바흐와 헨델을 넘어 르네상스와 중세 시기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쿠이켄은 "지금 우리가 자주 연주하는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곡은 몬테베르디(1567~1643)의 작품들"이라고 전했다.

그는 "뜨겁고 열정적이며 자극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현대에 거꾸로 평화로움과 조화로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청중들이 고음악에 이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6-2722